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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봉꾼의 행각> 줄거리, 대표 아리아, 무대 형식

by beato1000 2025. 7. 28.

'난봉꾼의 행각' 관련 사진

 


‘난봉꾼의 행각(The Rake’s Progress)’은 20세기 대표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영어 오페라로, 1951년에 초연되었습니다. 18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동명의 연작 판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은 도덕적 퇴폐와 인간 욕망의 파멸을 날카롭고 풍자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적으로 고전적인 형식을 따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였으며, 줄거리의 상징성과 무대 구성의 창의성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난봉꾼의 행각’의 줄거리, 대표 아리아, 무대 형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난봉꾼의 행각' 줄거리

‘난봉꾼의 행각’은 주인공 톰 레이크웰이라는 청년의 도덕적 타락과 파멸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극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며, 비교적 단순한 구성 속에서 인간의 탐욕, 환상, 책임 회피,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까지 다양한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톰이 순수한 연인 앤 트룰러브와 함께 미래를 꿈꾸며 시작됩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유산을 상속받게 된 톰은 유혹자 닉 섀도우의 등장으로 인해 런던 사회의 쾌락과 향락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닉은 사실상 악마적 존재로, 겉으로는 톰의 조력자처럼 행동하지만, 그의 몰락을 이끄는 본질적 원인입니다.
톰은 사창가, 극장, 사교계, 사업 등 다양한 환경에서 빠르게 부를 탕진하고, 결국에는 외설적이며 허영심 강한 바바 더 터키와 결혼하면서 자신이 원래 꿈꾸던 사랑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극이 진행되며 닉은 점점 더 강하게 톰을 조종하게 되고, 톰은 자신의 삶이 점차 무너져가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결정적인 순간, 닉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톰의 영혼을 요구합니다. 이 장면은 고전적인 오페라의 '영혼을 건 게임'이라는 요소를 차용한 것으로, 바흐나 모차르트 오페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테마를 스트라빈스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
결국 앤은 톰을 구하려 극장과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그를 찾아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톰은 정신병원에 갇힌 채 자신을 아돈이스로 착각하는 망상에 빠져 있고, 앤이 그의 곁을 지키는 장면에서 작품은 막을 내립니다. 그러나 결말은 비극 속에서도 작은 구원의 메시지를 남깁니다. 앤의 사랑은 결국에도 순수함을 잃지 않았고, 톰은 비록 현실에서는 몰락했지만, 사랑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 마지막 희망으로 남는다는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러한 줄거리는 단순히 개인의 타락을 넘어서, 자본주의 사회의 환상과 인간 내면의 욕망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됩니다.

 

대표 아리아

‘난봉꾼의 행각’은 20세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아리아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음악적 언어가 깊이 녹아 있습니다. 이 작품의 대표 아리아 중 하나는 앤 트룰러브가 부르는 ‘No word from Tom’입니다. 이 아리아는 전통적인 벨칸토 스타일을 따르면서도, 스트라빈스키의 현대적인 화성감과 리듬 구조가 반영되어 있어, 테크닉과 감성 모두를 요하는 난곡으로 평가받습니다. 앤은 이 곡에서 톰을 기다리는 자신의 절망과 사랑을 노래하며, 섬세한 감정선과 강한 내면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이 아리아는 등장 초기의 순수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 현실적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관객이 이후 앤의 헌신을 더욱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아리아는 닉 섀도우의 ‘Come, master’입니다. 이 곡은 그가 톰에게 유산 상속을 알리며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불려지며, 매혹적이고 이중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닉은 친절하고 신뢰감 있는 말투로 톰을 유혹하지만, 음악은 그의 이면에 감춰진 불길함과 음모를 섬세하게 암시합니다. 바순과 콘트라베이스의 저음, 반음계적 진행, 그리고 불협화음이 중첩된 리듬 구조는 닉의 캐릭터를 극적으로 부각하는 역할을 하며, 전체 작품의 긴장감을 초반부터 끌어올립니다.
세 번째로 주목할 곡은 톰이 마지막으로 부르는 아리아 ‘I wish I could forget you’입니다. 이 곡은 정신병원 장면에서 톰이 과거를 회상하며 앤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토로하는 곡으로, 그간의 방탕한 삶을 뒤늦게 반성하는 고백적 노래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아리아를 통해 단조롭고 반복적인 리듬과 절제된 선율을 사용하여, 톰의 공허함과 회한을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이처럼 ‘난봉꾼의 행각’의 아리아들은 각각의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며, 극 전개의 감정선과 일치되는 흐름으로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요소입니다.

 

무대 형식

‘난봉꾼의 행각’은 무대 구성에 있어서도 고전 오페라의 전통을 따르면서, 20세기 실험적인 시각 예술과 미장센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을 보여줍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작품 구상 초기부터 “고전주의 형식 위에 현대적 해석을 입히겠다”는 의도를 밝혔으며, 이는 무대 연출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대부분의 공연에서는 18세기 복식을 기본으로 하되, 색채나 조명, 배경에 있어 매우 현대적이고 상징적인 요소들이 가미됩니다. 이는 관객에게 고전과 현대의 시공간이 교차하는 느낌을 주며, 작품의 아이러니함과 풍자성을 강조하는 효과를 줍니다.
무대는 총 8개의 장면으로 구성되며, 각 장면은 빠른 전환과 극명한 대비를 통해 전개됩니다. 톰이 살아가는 공간은 점점 화려하고 환상적으로 변모하지만, 이는 실상 그의 내면이 무너져가는 반비례 구조로 배치됩니다. 예를 들어, 사창가 장면에서는 붉은 조명과 과장된 소품을 사용하여 향락의 유혹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바바 더 터키와의 결혼식 장면에서는 오히려 무대 전체가 추상화되고 왜곡된 형태로 연출되어 관객에게 불편한 웃음을 유도합니다. 또한, 닉 섀도우가 등장할 때는 그림자 효과와 반투명 스크린, 역광 등의 무대 장치를 활용하여 초현실적 존재로 그를 표현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됩니다.
정신병원 장면에서는 공간 전체를 차갑고 공허하게 구성하여, 인간 내면의 붕괴와 사회적 고립을 강조합니다. 이 장면은 특히 조명과 무대의 정지 상태, 그리고 음악의 정적 흐름이 결합되어 매우 인상적인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일부 현대 연출에서는 영상 미디어와 그래픽을 활용해 닉 섀도우의 환영을 구현하거나,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시도하는 등 더욱 실험적인 무대가 시도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난봉꾼의 행각’은 무대 형식에서도 고전 오페라의 틀을 따르면서도, 동시대적 미학과 기술을 접목하여 예술적 실험을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난봉꾼의 행각’은 전통과 실험, 도덕성과 풍자, 구원과 파멸이라는 이중 구조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하는 오페라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음악적으로는 고전주의의 언어를 빌리면서도, 그 안에 20세기 사회와 인간 심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줄거리의 상징성과 대표 아리아의 감정 표현, 그리고 실험적인 무대 형식은 오늘날까지도 관객과 연출가에게 끊임없는 해석의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 오페라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난봉꾼의 행각’은 반드시 한 번쯤 감상해봐야 할 작품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난봉꾼의 행각 (줄거리, 대표 아리아, 무대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