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원작으로 한 드문 코믹 발레로, 고전 발레에서는 보기 드문 유쾌한 스토리 전개와 경쾌한 안무가 돋보입니다. 발레 입문자에게도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이번 글에서는 이 발레의 줄거리와 대표 안무, 주요 캐릭터의 특징까지 폭넓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스토리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는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중 하나로, 16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결혼과 인간관계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발레로 각색되면서도 원작의 유쾌한 분위기와 주요 플롯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관객이 내용에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줄거리는 말괄량이 캐서리나(Katherina)와 그녀의 순한 동생 비앙카(Bianca)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아버지 밥티스타는 큰딸 캐서리나가 결혼해야만 둘째 딸의 결혼을 허락한다고 고집하고, 이로 인해 캐서리나를 ‘길들일’ 남자를 찾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페트루치오(Petruchio)는 당돌하고 거친 캐서리나와 티격태격하며 점차 감정을 쌓아가죠.
이 발레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남녀 간의 갈등,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그리고 사랑의 본질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유희는 동작과 표정, 무대 연출을 통해 발레 언어로 재해석됩니다. 스토리의 빠른 전개와 명확한 인물 설정 덕분에 발레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또한 현대적으로 각색된 공연에서는 페트루치오와 캐서리나가 서로를 변화시키며 진정한 파트너로 성장하는 모습을 강조하여, 원작보다 더욱 평등한 메시지를 담기도 합니다. 이처럼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매력을 지닌 공연입니다.
안무의 특징: 유쾌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안무는 전통적인 고전발레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여줍니다. 특히 존 크랑코(John Cranko)가 안무한 버전은 유머와 익살, 그리고 극적 연기를 중시하는 구성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크랑코는 이야기 중심형 발레에서 뚜렷한 인물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 작품에서는 그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캐서리나의 안무는 거칠고 예측 불가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녀의 반항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몸짓으로 그대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팔을 휘두르거나 다리를 거칠게 차는 동작은 그녀의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페트루치오와의 듀엣에서는 반발과 유혹이 교차하는 리듬감 있는 안무가 돋보입니다.
반면 비앙카는 고전적인 발레리나의 전형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동작을 사용하여 캐서리나와 대조되는 성격을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두 자매의 성격 차이를 시각적으로 즉시 인지할 수 있습니다. 페트루치오의 경우, 과장된 점프와 무대 장악력이 강조되는 안무로 유쾌한 남성 캐릭터로 그려지며, 종종 슬랩스틱 코미디 요소가 포함됩니다.
이 작품에서는 군무보다 2인무와 3인무가 중심을 이루며, 장면 전환도 빠르게 이루어져 관객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특히 결혼식 장면이나 다툼 장면은 연극적 연출과 무용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극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발레의 언어로 코미디를 완성하는 이 안무 구성은 흔치 않으며, 크랑코의 천재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또한 안무의 역동성은 고난도의 테크닉보다는 캐릭터 표현력과 타이밍의 정확성에 좌우되기 때문에, 무용수의 연기력과 개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합니다.
캐릭터별 주요 장면 및 감상 포인트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각 캐릭터의 개성 넘치는 움직임과 장면 구성입니다. 특히 캐서리나와 페트루치오의 관계 변화가 발레의 핵심 줄기를 이루며, 그 안에서 무용수의 표현력과 무대 장악력이 크게 요구됩니다.
초반부 캐서리나의 ‘말괄량이 솔로’ 장면은 그녀의 반항적 성격을 유쾌하게 풀어낸 대표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는 경직된 팔동작, 날카로운 시선 처리, 발끝이 아닌 발바닥을 강조한 무게감 있는 스텝 등으로 강한 개성을 표현합니다. 반대로 비앙카의 장면에서는 가벼운 점프와 회전이 중심이 되어, 그녀의 순수하고 소극적인 매력을 보여줍니다.
페트루치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종종 관객의 웃음을 유도하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신발을 벗거나 헝클어진 옷차림으로 무대를 누비는 설정 등이 코믹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듀엣을 선보이는 장면에서는 상호작용의 미묘한 변화를 엿볼 수 있는데, 서로를 밀고 당기는 안무 속에서 감정선의 진전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결혼식 장면에서는 페트루치오가 일부러 결혼식에 늦게 도착하거나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등장함으로써 전통적인 결혼의 권위를 풍자합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셰익스피어 원작의 해학을 제대로 살린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캐서리나가 자발적으로 페트루치오의 손을 잡고 퇴장하는 모습은 그녀의 변화를 상징하며, 단순한 길들이기 이상의 인간적 관계 회복과 성장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사와 연출은 특히 현대 공연에서 더욱 부각되며, 여성 캐릭터의 자율성과 심리적 전환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고전 발레에서 보기 드문 유쾌함과 연극적 요소를 통해 관객과 가깝게 소통하는 작품입니다. 스토리, 안무, 캐릭터 모두가 살아 움직이며, 관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하나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발레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이 작품은, 클래식 발레의 또 다른 매력을 알 수 있는 훌륭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