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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우정, 돈과 명예를 둘러싼 희비극, <베니스의 상인>

by beato1000 2025. 11. 22.

베니스의 상인 표지
<베니스의 상인>

 

 

 

로맨스와 법정 드라마, 풍자와 상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작품

어릴 때 <베니스의 상인>을 처음 읽고 샤일록에게 피를 흘리지 않고 살 1파운드만 가져가라는 지적을 하는 장면에서 참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돈을 못 갚았다는 이유로 살아있는 사람의 살을 요구하는 샤일록은 정말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나이가 좀 들고나니, 샤일록에 대한 묘사가 너무 악독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샤일록이 피와 눈물도 없는 고리대금업자로 묘사된 것은 그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었죠. 유럽에서 유대인이 핍박받은 역사를 알고 나니, 너무나도 전형적인 유대인 모습을 묘사한 이 작품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가 담겨 있긴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은 참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가 16세기말에 집필한 희곡으로, 로맨스와 법정 드라마, 풍자와 상징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문제극’ 중 하나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희극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면서도, 인간의 편견과 복수, 자비와 정의 같은 무거운 주제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의 중심은 상인 안토니오(Antonio)와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Shylock) 간의 계약에서 출발합니다. 안토니오는 절친한 친구 바사니오(Bassanio)가 부유한 상속녀 포셔(Portia)에게 청혼하러 가는 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샤일록에게 돈을 빌려줍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배들이 곧 도착할 것이라며 담보 없이 계약을 체결하고, 대신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떼어내는” 조건을 수락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정의 증표로 보였던 이 계약이, 안토니오의 배들이 난파하면서 실제로 효력을 가지게 됩니다. 샤일록은 안토니오가 기독교도라는 이유로 혐오심을 품고 있었고, 오랜 세월 차별받아온 유대인의 분노를 안토니오에게 쏟아내며 계약 이행을 주장합니다. 그는 법정에서 계약서를 근거로 안토니오의 살점을 요구하며, 냉정하게 법의 정의만을 강조합니다.
반면, 바사니오의 연인인 포셔는 변장한 채 변호사로 법정에 등장하여, “자비는 강요되어선 안 되고, 은총처럼 내려오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 자비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그녀는 계약서의 조건이 ‘피를 흘리지 않고 살만을 떼어낼 것’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샤일록이 계약을 집행할 수 없도록 법리적으로 대응합니다. 결국 샤일록은 패소하고, 기독교로 개종해야 하며, 재산을 몰수당하게 됩니다.
<베니스의 상인>은 단순한 로맨틱 희극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탐욕과 편견, 정의와 자비의 대립, 종교적 갈등과 도덕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중성과 아이러니가 가득한 인물들과 사회적 배경은 이 작품이 단순한 유희가 아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문학임을 보여줍니다.

 


복잡한 인간성의 초상과 사회적 함의가 응축된 작품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중 하나로 꼽히며, 수 세기에 걸쳐 다양한 해석과 논란을 낳아온 작품입니다. 겉보기에는 사랑과 우정, 재치로 가득 찬 희극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종교적 편견, 인간의 법과 도덕의 경계, 타인에 대한 연민과 복수심 사이의 갈등을 정교하게 구성하고 있어, 극의 깊이와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샤일록입니다. 그는 단순한 악역이나 희극적 조연이 아닌, 그 자체로 강한 존재감을 지닌 비극적 인물입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받고 조롱당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그의 복수심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오랜 차별과 고통에서 비롯된 인간적인 반응처럼 보입니다. 그는 “유대인도 눈이 없느냐?”라는 독백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동일성을 호소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그의 복수가 극단적이고 냉혹하게 그려지면서, 샤일록은 다시 부정적인 인물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서려 했음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이는 오늘날의 독자와 관객에게 윤리적이고 해석적인 과제를 남깁니다. 이로 인해 <베니스의 상인>은 종종 “문제극(problem play)”으로 분류되며, 특정한 교훈이나 도덕적 기준으로 완결되지 않는 개방적인 결말 구조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여성의 지혜와 자율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합니다. 포셔는 당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시대 배경 속에서도 가장 논리적이고 결단력 있는 인물로 그려지며, 법정 장면에서는 남장을 하고 남성 중심의 세계에 침투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셰익스피어가 전통적 성 역할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 구조에 대한 유머와 풍자를 시도한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학적으로도 <베니스의 상인>은 시와 산문이 적절히 배합된 구성, 유려한 대사, 상징적 구조 등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자비의 연설’이나 ‘살 1파운드 계약’ 등은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인용되며, 현대 문학과 법률, 심리학에까지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법정 장면은 법의 기계적 집행과 인간적 자비의 가치가 충돌하는 고전적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요약하자면, <베니스의 상인>은 희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인간성의 초상과 사회적 함의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이는 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지속적으로 읽히고 공연되는 이유이며, 셰익스피어가 단지 극작가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깊은 관찰자였음을 증명하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문학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1564년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태어나 1616년 사망한 엘리자베스 시대의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시인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38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 다수의 서사시를 남겼으며, 인간 존재와 감정, 정치, 사회, 철학을 통합적으로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공연되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런던의 극단 ‘로드 챔벌레인의 남자들’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무대 경험을 쌓았고, 이후 자신이 쓴 희곡들이 극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됩니다. 초기에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낭만적 희극과 비극을 통해 인기를 끌었으며, 중기에는 <한여름 밤의 꿈>, <줄리어스 시저>, <베니스의 상인> 등의 작품으로 극작가로서의 깊이를 넓혔습니다. 후기에는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등 인간 내면의 고뇌와 도덕적 딜레마를 심도 있게 다룬 비극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셰익스피어의 가장 큰 문학적 특징은 ‘보편성’입니다. 그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감정과 갈등을 시대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묘사하며, 그 안에서 사랑, 질투, 권력, 정의, 배신, 죽음 등의 주제를 탁월하게 다룹니다. 그의 작품은 영어 문학의 정점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와 인간 심리의 해부라는 점에서 전 인류적 가치를 지닙니다. 셰익스피어는 문학에 있어 단어 사용의 창의성, 시적 운율의 세련미,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단순한 극적 재미를 넘어서, 인간 내면의 모순과 사회 구조의 불합리를 지적하는 문학을 구현하였습니다. 또한 여성의 역할 확대, 권력과 법의 기능, 자비와 복수의 윤리 등은 그의 작품이 단지 고전으로 남지 않고, 끊임없이 현대성과 연결되는 이유가 됩니다. 실제로 그의 많은 작품들은 오늘날의 사회, 정치, 법률 담론에서도 여전히 인용되며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죽은 후에도 그의 작품이 계속 출간되고 무대에 오르며 명성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무덤에 자신의 묘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문을 남겼지만, 그의 문학은 누구보다 많은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의 언어는 현대 영어의 기초가 되었고, 표현과 어휘에서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단어와 문장은 오늘날에도 일상 속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를 넘어 인문학적 사유의 원형을 제시한 존재로, <베니스의 상인>은 그러한 셰익스피어의 재능과 통찰이 응축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시대를 뛰어넘는 도덕적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어디서 오는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