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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줄거리, 대표곡, 무대 연출

by beato1000 2025. 7. 21.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관련 사진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 줄거리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Lady Macbeth of Mtsensk)은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Nikolai Leskov)의 동명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19세기 중반 농노제 말기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와 억압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카테리나 이즈마일로바(Katerina Izmailova)는 가부장적 구조와 성적 억압 속에서 점차 살인과 파멸로 치닫는 비극적인 여성 인물입니다.
줄거리는 카테리나가 상인 집안의 며느리로 등장하면서 시작됩니다. 남편 지노비는 무기력하고, 시아버지 보리스는 그녀를 의심하고 억압하며, 카테리나는 지루하고 황량한 삶에 숨 막혀합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집안 일꾼인 세르게이(Sergei)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서로를 갈망하게 됩니다. 시아버지 보리스가 이 관계를 알아차리고 세르게이를 채찍질하자, 카테리나는 보리스에게 독버섯을 먹여 살해하고 사랑을 지킵니다.
이후 남편 지노비가 갑자기 돌아오자, 카테리나는 세르게이와 함께 지노비까지 목 졸라 살해하고 그의 시신을 지하실에 숨깁니다. 두 사람은 혼례를 준비하며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세르게이는 곧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카테리나에게 냉담해집니다. 결혼식 날, 우연히 들이닥친 경찰이 시신을 발견하면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체포되어 시베리아 유형을 가게 됩니다.
유형 도중 세르게이는 또 다른 여성 소냐(Sonya)에게 접근하며 카테리나를 배신하고, 절망에 빠진 카테리나는 질투심에 휩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테리나는 소냐를 절벽 아래로 밀쳐버린 뒤, 자신도 그 뒤를 따라 투신 자살하며 작품은 비극적으로 끝이 납니다. 작품 전체는 맥베스 부인을 연상시키는 욕망, 범죄, 죄책감, 광기의 구조를 갖지만, 주인공 카테리나는 권력 여성이 아니라 억압받은 여성의 심리적 파탄을 그린 현실적인 인물로서 차별화됩니다.

 

 

 

대표곡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일반적인 오페라와 달리 전통적인 아리아나 선율 중심의 구성보다는, 음향적 충격, 불협화음, 아이러니와 풍자를 핵심으로 한 음악이 중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은 극적 감정이 농축된 대표적 대목으로 손꼽힙니다.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1막에서 카테리나가 부르는 “신경 쓰지 않아... 외로운 삶”이라는 독백입니다. 이 장면은 그녀가 지루한 결혼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적 공허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으며, 낮은 관현악 배경 위에 얹힌 무조성적 선율이 그녀의 고립된 내면을 절묘하게 표현합니다. 감상자는 이 장면을 통해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과 반항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2막에서 세르게이와의 사랑 장면은 이 오페라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 중 하나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 장면을 통해 관능적이고 원초적인 감정을 음악으로 묘사하였으며, 특히 관현악의 급격한 강약, 거친 리듬, 음향의 중첩이 욕망과 파괴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 장면은 당시 소비에트 당국으로부터 ‘음란하고 반사회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쇼스타코비치는 강제 침묵을 겪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인 시베리아 유형 수송대에서의 카테리나의 절규와 죽음은 이 작품의 정서적 절정을 이룹니다. 그녀가 소냐를 질투하여 절벽으로 밀고, 스스로 뛰어드는 장면에서는 현악기의 날카로운 글리산도, 금관의 충돌음, 잔혹하게 단절되는 리듬이 카타르시스 대신 냉혹한 파국을 그려냅니다. 이 장면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인간의 몰락을 낭만적 비극이 아니라 냉소적 리얼리즘으로 표현하였으며, 음악적 충격 또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무대 연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은 내용과 음악이 매우 강렬하고 폭력적인 만큼, 무대 연출 또한 현실적이고 거칠며, 때로는 사회비판적 요소가 강조되는 방식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통적인 연출에서는 19세기 러시아 지방 상인의 집, 감옥, 시베리아 유형지 등을 자연주의적으로 재현하여 리얼리즘의 정서를 강조합니다. 특히 어둡고 폐쇄적인 무대 구조, 낡은 가구, 흙빛 톤의 조명 등은 억압받는 여성과 가부장제 사회의 숨 막히는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현대 연출에서는 이를 더욱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카테리나의 성적 억압과 사회적 고립은 감옥, 공장, 군대, 철조망 등의 상징적 공간으로 연출되며, 세르게이와의 관계는 심리적 학대와 폭력을 수반하는 연출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범죄 이야기가 아니라, 여성을 향한 구조적 억압과 인간성의 해체를 고발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확장됩니다.
특히 경찰과 관료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풍자적 요소와 과장된 몸짓, 의상 등을 활용해 권력의 무능과 위선을 드러내는 연출이 자주 사용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비판하고자 했던 소비에트 체제의 부조리를 풍자적 무대 언어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장면은 진지한 오페라 속에 아이러니와 블랙코미디적 효과를 가미함으로써 관객에게 충격과 사유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카테리나의 마지막 장면은 대개 극단적으로 절제되거나, 반대로 초현실적인 연출로 마무리됩니다. 예를 들어 얼어붙은 시베리아 설원 위에 카테리나가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지거나, 소냐의 시체를 안고 절규하며 무너지는 장면은 비극성과 상징성이 절정에 이르는 연출 클라이맥스로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