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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품, <거장과 마르가리타>

by beato1000 2025. 11. 23.

거장과 마르가리타 표지
<거장과 마르가리타>

 

 

 

종교, 정치, 철학, 문학, 환상 등 다양한 주제를 복합적으로 엮어낸 작품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기 전에는 러시아 문학답게 현학적이고 어려운 소설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대화들, 당시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이 담긴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혁명 이전 러시아 작가들의 책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모스크바에서 악마가 마법적인 힘을 사용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리얼리즘 문학이었던 러시아 문학과 달리 현실과 환상이 혼재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해 줍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 (Мастер и Маргарита)>는 러시아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가 집필한 장편소설로, 1928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작가 사망 직전인 1940년에 원고를 완성했으며, 정식 출간은 그로부터 약 30년 뒤인 1967년 소련에서 검열된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이 작품은 러시아 문학뿐만 아니라 전 세계 문학사에서도 독창성과 상징성, 문체적 실험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걸작으로, 종교와 권력, 사랑과 자유, 선과 악이라는 복합적 주제를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담아냅니다.
이 소설은 크게 세 개의 이야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1930년대 소련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악마 ‘볼란드’와 그 일행이 도시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초현실적인 사건들입니다. 볼란드는 사탄 그 자체로 묘사되며, 그와 함께 등장하는 흑고양이 베겔리오, 광대 아자젤로, 흡혈귀형 여인 헬라 등은 도시를 뒤흔들며 부패한 지식인과 관료 사회를 조롱하고 혼란에 빠뜨립니다. 그들은 인간 세계의 위선과 탐욕, 무신론을 비틀고 풍자하면서, 악이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독특한 윤리 구조를 제시합니다.
두 번째는 '거장'이라 불리는 한 무명의 작가가 집필한 소설 속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예수 그리스도와 유사한 인물인 ‘예슈아’와, 그를 심문하고 처형하는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 간의 갈등을 다룹니다. 이는 직접적으로 성경 이야기를 인용하면서도, 종교와 권력의 문제를 인간의 내면적 고뇌로 옮겨 놓은 철학적 서사입니다. 예슈아는 인간성과 자비를 상징하고, 필라투스는 체제와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는 권력자의 전형으로 등장합니다.
세 번째는 마르가리타의 이야기입니다. 마르가리타는 거장의 연인이자,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악마와 계약을 맺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녀는 볼란드가 주관하는 ‘마녀들의 발’에 참가하며, 현실의 억압에서 벗어나 초월적 존재로 변화합니다. 그녀의 여정은 사랑의 순수성과 희생, 그리고 해방에 대한 서사로 읽히며, 전체 이야기의 감성적 핵심을 담당합니다.
이처럼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종교, 정치, 철학, 문학, 환상 등 다양한 주제를 복합적으로 엮어내며, 단순한 선악 이분법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복잡한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현실과 환상이 자유롭게 교차하며, 과거와 현재,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는 서사는 독자에게 깊은 사유와 상징적 해석을 요구합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복합적 서사 구조와 상징을 보여주는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출간 이후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며, 20세기 문학 전반에 걸쳐 그 영향력을 확장해 온 걸작입니다. 작품은 발표 당시부터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에게 열렬한 관심을 받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문학적 가치와 해석의 다양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했던 작가가 체제와 인간에 대해 남긴 강렬한 메시지로 평가받습니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선과 악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악마 볼란드와 그 일행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악의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인간 사회의 위선과 탐욕을 드러내고, 정의와 질서를 회복하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이는 ‘악이 때로는 선보다 더 진실을 말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구조로, 독자에게 깊은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반대로, 현실 세계의 인물들은 체제에 순응하거나 타인을 고발하고, 정의를 외치면서도 비겁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같은 역전된 도덕 구도는 당시 소련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종교와 신념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작가가 직접 소설 속 소설 형식을 빌려 ‘예슈아’와 ‘필라투스’의 이야기를 삽입한 것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진리와 양심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장치입니다. 특히 필라투스가 예슈아의 무죄를 알면서도 체제를 위해 침묵하는 모습은, 권력과 양심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든 인간의 딜레마를 상징합니다. 이는 체제 속에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예술가의 처지와도 연결되며, 불가코프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도 해석됩니다.
문학적으로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복합적 서사 구조와 상징의 활용, 다양한 문체의 실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고전적 산문, 시적 표현, 풍자와 희극적 대화가 혼재하며, 장면마다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독자를 끝없이 몰입하게 만듭니다. 불가코프는 마치 연극 무대처럼 등장인물을 배치하고 사건을 구성하면서, 현실의 부조리를 과장되게 묘사하고 비틀어 보여줍니다. 이는 곧 체제와 인간 본성을 풍자하는 도구로 작동하며, 러시아 문학 전통 속에서 이질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출간 당시에는 검열로 인해 삭제되거나 축소된 부분이 많았으나, 이후 원고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완전판이 등장했고, 이는 다시금 전 세계적인 재조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수십 개 언어로 번역되며, 연극,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처럼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단지 소련 체제에 대한 비판서가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에 대한 탐색이자 사랑과 자유, 진실에 대한 깊은 질문을 품은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환상적 요소를 통해 현실을 더욱 진하게 비춰주는 작품이며,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문학의 자유와 예술의 본질을 지켜내려는 불가코프의 문학적 유산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해석하고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사유의 고전입니다.

 

체제 비판과 환상 문학의 선구자, 미하일 불가코프

미하일 불가코프(Mikhail Bulgakov, 1891–1940)는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체제 비판과 환상 문학의 선구자적인 존재로 평가받습니다. 본래 의사였던 그는 1919년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러시아 혁명과 소련 초기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형성했습니다. 그의 문학은 현실의 부조리와 인간의 내면을 환상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하면서,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불가코프는 1920년대 중반부터 희곡과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희극적 요소가 강한 풍자극과 단편들을 통해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희곡인 <주군의 서기관 몰리에르>나 <불길한 알>, <디아볼리다> 등은 관료주의, 무지, 체제 순응주의를 비판하며 예술의 자율성을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당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이데올로기와 충돌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작품이 검열로 인해 상연 및 출간되지 못하는 시기를 겪었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그의 대표작이자 유작으로, 죽기 전까지 집필과 개정을 반복하며 혼신을 다한 작품입니다. 당시 소련에서는 예수나 악마를 소재로 한 작품 자체가 불허되었기에, 그는 이 소설을 비밀리에 써 내려갔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존재를 예술로 증명하고자 한 일종의 ‘문학적 유서’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며, 그 안에는 작가로서의 고뇌, 체제에 대한 분노, 그리고 문학의 자유에 대한 절실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불가코프의 삶은 작가로서 많은 제약과 고통 속에 있었지만, 그는 끝내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외형적으로는 환상과 풍자, 유머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속에는 인간의 진실, 자유의 갈망, 사랑의 신성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 그리고 체제 속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탐색했습니다. 그의 문학은 단지 개인의 이야기나 허구에 머무르지 않고, 동시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자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본질을 조망하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이후 러시아 문학뿐 아니라 전 세계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체제 비판적 문학의 전범이자, 환상과 현실을 결합한 문학적 실험의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되며, 현대 문학의 중요한 텍스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결국 미하일 불가코프는 시대를 앞서간 작가였으며, 문학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진실을 탐색하고자 한 열정적인 예술가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창작의 불꽃을 상징하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사유를 안겨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