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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by beato1000 2025. 11. 7.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표지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인간의 신념과 의지로 스스로를 '강철'로 만들어가는 성장 소설

한때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이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필독서였던 때가 있습니다. 학생운동이 대학가를 지배했을 때,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주의에서 길을 모색했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와 같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은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지금도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대다수 한국에 소개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은 사회 모순에 맞서 개인의 변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의 열망과 희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꿈꿨던 사회는 실패했지만, 그들의 노력과 헌신을 우리는 비웃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How the Steel Was Tempered)>는 소비에트 연방의 작가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Nikolai Ostrovsky)가 1932년에 발표한 자전적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혁명과 이상, 인간 정신의 강인함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문학으로, 주인공 파벨 코르차긴의 삶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신념과 의지로 자신을 단련하며 시대의 시련을 이겨내는지를 보여줍니다. “인간의 가장 소중한 것은 삶이며, 그 삶은 한 번뿐이다. 그러나 그 삶을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숭고한 것은 없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을 대표하는 정신이자, 세대를 초월해 인용되는 명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러시아 혁명과 내전을 배경으로 한 청년 파벨 코르차긴(Pavel Korchagin)의 성장과 투쟁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그는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사회적 불평등과 모순이 극심한 시대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어린 시절 그는 성당에서 일하며 부패한 성직자와 귀족 계층의 위선을 목격하고, 점차 사회주의적 사상에 눈을 뜹니다.
혁명이 일어나자 파벨은 붉은 군대에 자원입대하여 혁명과 내전을 몸소 겪습니다. 그는 혹독한 전투 속에서도 동지애와 정의감으로 가득 차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합니다. 전쟁에서 중상을 입고 병으로 시력을 잃는 등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지만, 그는 결코 절망하지 않습니다. 그의 인생은 ‘육체의 고통을 넘어선 정신의 단련’의 여정으로 바뀝니다.
소설의 중반부에서 파벨은 혁명 이후 사회 재건에 참여합니다. 철도 건설과 사회주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며, 그는 ‘혁명의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꾼으로서 헌신합니다. 그러나 과로와 부상으로 인해 결국 전신마비가 되어 침대에 누운 상태로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육체가 무너졌어도 정신은 결코 꺾이지 않습니다. 그는 “내 육신은 무너졌지만, 나의 영혼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말하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세상에 전하려 합니다.
그가 병상에서 집필한 소설이 바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속 ‘책 속의 책’입니다. 파벨은 글쓰기를 통해 인간 정신의 불굴함을 증명하며, 강철처럼 단련된 인간의 상징이 됩니다. 그는 자신이 싸운 혁명의 의미를 단지 정치적 승리가 아닌 인간 영혼의 승리로 해석합니다.
작품의 마지막은 파벨의 내면 독백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는 내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이 한 문장은 소설 전체의 결론이자, 인간이 자기 삶을 어떻게 단련하고 의미화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선언으로 읽힙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혁명소설이 아니라, 인간이 신념과 의지로 스스로를 ‘강철’로 만들어 가는 정신적 성장의 기록입니다.

 


청년 세대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대표작이자, 20세기 초 전 세계 청년들에게 ‘정신적 교과서’로 읽힌 작품입니다. 특히 동유럽, 중국, 한국 등 사회주의권 국가에서는 필독서로 지정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지 정치적 선전문으로만 읽힌다면 그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 정신의 강인함과 자기 초월의 철학에 있습니다. 주인공 파벨은 정치적 이념의 상징이기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과 의지를 체현한 인물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도 “삶의 의미는 신념을 실천하는 데 있다”고 말하며, 절망을 이겨내는 인간의 내면적 힘을 보여줍니다.
문학적으로 이 작품은 단순명료한 문체와 서사적 직선성을 지니며, 개인의 고난과 사회적 변화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스트롭스키는 인물의 심리보다는 행동을 통해 사상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리얼리즘적 서술은 당시 사회주의 문학의 전형적 특징이지만, 동시에 그의 체험에서 비롯된 진정성이 작품을 감동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자기 단련’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 가치로 확장됩니다. 파벨이 겪는 고통은 단순한 육체적 고통이 아니라, 신념을 지키기 위한 정신적 수련입니다. 그의 삶은 곧 ‘내면의 강철을 단련하는 과정’이며, 이는 시대와 이념을 초월한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혁명문학이면서 동시에 인간 구원의 서사시”로 평가합니다. 파벨은 현실을 바꾸는 투사이자,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인간의 상징입니다. 그의 내면은 플라톤이 말한 ‘정의로운 영혼’에 가깝고, 스토아 철학이 추구한 ‘자기 통제와 인내’의 미덕을 체현합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청년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방향을 잃기 쉬운 시대에, 파벨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시련 속에서 단련된다”는 이 소설의 메시지는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진리로 남아 있습니다.

 


소련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오스트롭스키(Nikolai Alekseyevich Ostrovsky, 1904~1936)는 소련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로, 혁명과 이상에 헌신한 삶 자체가 문학이 된 인물입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빈농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사회적 불평등과 가난을 경험했습니다. 12세의 나이에 철도 노동자로 일하며 혹독한 현실을 견뎌야 했고, 이 시기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1919년, 그는 15세의 나이로 붉은 군대에 자원입대하여 러시아 내전에 참전했습니다. 전쟁 중 여러 차례 부상을 입고, 이후 류머티즘성 척추염과 시력 상실로 인해 중증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는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전신마비와 실명 상태로 평생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육체적 한계 속에서도 그는 정신의 힘으로 자신을 극복했습니다. 오스트롭스키는 병상에 누운 채로, 손가락이 굳어 펜을 쥘 수 없게 되자 타자기를 이용해 집필을 이어갔습니다. 그가 쓴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자신의 삶을 문학으로 승화한 작품이었으며, 인간의 불굴한 의지를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사회주의 혁명을 찬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념을 통해 어떻게 자신을 ‘단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문학은 개인의 고통을 집단적 이상과 연결시키는 데 초점을 두었으며, 현실을 견디는 인간 정신의 도덕적 승리를 노래했습니다.
오스트롭스키는 1936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그의 짧은 생애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빛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혁명적 인간’의 이상형으로 완성시켰고, 이후 소련과 여러 사회주의 국가에서 영웅적 인물로 기려졌습니다.
그의 유언은 단순했지만 강렬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세상에 의미를 남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의무다.” 이 말은 그가 창조한 파벨 코르차긴의 정신과 동일하며, 인간 존재의 가치에 대한 영원한 선언으로 남았습니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는 단순한 혁명소설이 아니라, 인간이 신념과 의지를 통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을 그린 정신적 대서사입니다. 니콜라이 오스트롭스키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예술로 승화시켰고, 파벨 코르차긴을 통해 인간 정신의 불멸성을 증명했습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에도 “삶의 의미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뜨겁게 살아가느냐”는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