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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판타지, <끝없는 이야기>

by beato1000 2026. 1. 6.

끝없는 이야기 책 표지
<끝없는 이야기>

 

 

 

 

인간 내면의 성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소설

<끝없는 이야기(Die unendliche Geschichte)>는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가 1979년에 발표한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나 어린이 문학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성장과 상상력, 현실과 환상 사이의 경계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으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현대 판타지 문학의 고전입니다.
이야기는 겉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소년 바스티안 발타자르 벅스가 우연히 한 고서점에서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왕따를 당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내성적인 소년으로, 현실 세계에서 늘 소외된 존재로 살아갑니다. 비 오는 날, 그는 책을 몰래 훔쳐 학교의 다락방으로 올라가 숨은 채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의 세계, 즉 판타지엔(Fantásien)의 사건과 점점 더 밀접하게 얽히게 되고, 나중에는 책 속 세계에 직접 들어가게 됩니다.
환타지엔은 무한한 상상력과 마법의 세계로, 그곳에는 여러 종족과 마법 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없음(Nothingness)’이라는 정체불명의 힘에 의해 점차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중심에는 ‘어린 황녀(Childlike Empress)’가 병들어 있고, 그녀를 구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아트레유라는 소년 전사입니다. 아트레유는 어린 황녀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여러 시련과 전설적인 존재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아트레유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바스티안은 이를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바스티안은 자신이 단순한 독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린 황녀’는 바스티안이 자신의 세계에 이름을 지어줄 존재임을 밝힙니다. 바스티안은 황녀에게 이름을 부름으로써 환타지엔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바스티안 자신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과정을 그리는 메타서사 구조로 변화합니다.
환타지엔에서 바스티안은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었던 용기와 힘, 아름다움, 카리스마를 갖게 되며, 자신이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얻습니다. 그러나 점차 그는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혀 타인을 지배하고 상처 주는 존재로 변해갑니다. 결국 그는 환타지엔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한 소년의 모험을 다루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독서와 상상, 자아 찾기, 책임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두껍고 복잡한 구조 속에 수많은 은유와 상징이 숨겨져 있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독자는 바스티안과 함께 자기 내면을 마주하게 됩니다.

 


책에 대한 메타픽션적 성격을 갖춘 판타지 작품

<끝없는 이야기>는 발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단순한 판타지 소설의 범주를 넘어서 ‘책에 관한 책’,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메타픽션적 성격을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많은 평론가와 독자들이 이 책을 단순한 어린이용 동화로 오해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와 주제를 품고 있어, 청소년은 물론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감동과 철학적 사유를 제공합니다.

우선 문학적으로 이 작품은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독창적인 장치를 사용합니다. 원서에서는 현실 세계와 환타지엔의 이야기를 두 가지 색깔의 글씨로 구분하여 보여주었고, 국내외 번역판에서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했습니다. 이러한 장치는 단순한 시각적 구별을 넘어서, 현실과 환상, 독자와 이야기 사이의 경계를 물리적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독자는 바스티안이 책 속 세계로 들어가는 그 지점에서, 자신 역시 이야기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끝없는 이야기>는 자아 정체성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바스티안은 현실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을 무가치한 존재로 여깁니다. 하지만 환타지엔에서는 힘과 명예, 사랑을 모두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그러나 이 힘이 점점 자신을 좀먹고, 결국은 타인을 해치게 되는 과정은 권력과 자아 탐닉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진정한 자아는 외부의 인정이나 환상이 아닌, 내면의 용기와 책임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철학적 주제 외에도 이 작품은 문학과 예술, 상상력의 힘에 대한 예찬으로도 해석됩니다. 환타지엔은 인간의 상상력이 살아 있는 세계이며, 인간이 더 이상 상상하지 않으면 그 세계는 서서히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는 독자에게 ‘이야기의 세계’를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존재가 바로 ‘읽는 사람’임을 암시하며, 독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1984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는 원작의 전반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원작이 가진 깊이와 메시지를 모두 담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판타지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았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결국 <끝없는 이야기>는 단지 ‘끝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끝없이 되묻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누구이고, 상상은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발견하고 되찾을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그 질문은 책이 끝난 이후에도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울림을 남깁니다. 

 


미하엘 엔데 작가 소개

미하엘 엔데(Michael Ende, 1929~1995)는 독일의 대표적인 판타지 작가로, <모모>, <끝없는 이야기>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그는 단순한 어린이 문학 작가가 아니라, 상상력과 철학, 사회 비판을 결합한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의 작품은 판타지라는 외형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 존재, 시간, 자본주의, 자아와 같은 무거운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엔데는 화가였던 아버지 에드가 엔데의 영향을 받아 예술과 철학에 일찍 눈을 떴으며, 젊은 시절 연극배우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글쓰기에는 연극적인 장면 전환, 극적인 전개, 상징의 활용이 두드러지며, 이는 그의 문학에 극적인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그는 글을 통해 현실의 모순을 환상으로 비추는 방식을 택하며, 현실의 문제를 직접 묘사하지 않고도 독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의 첫 번째 주요 작품 <모모>는 시간의 개념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으로, 발표 당시부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습니다. 이어 발표한 <끝없는 이야기>는 그의 문학적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수많은 독자들에게 ‘상상력의 위대함’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엔데는 자신의 작품이 아동문학으로만 분류되는 것에 대해 종종 불만을 표했습니다. 그는 어린이만을 위한 문학이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성찰할 수 있는 문학을 지향했으며, 그의 작품은 실제로도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가 남긴 문학은 세대를 초월해 읽히고 있으며, 지금도 독일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재출간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엔데는 ‘문학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 너머를 비추는 창’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의 판타지는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망각한 진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장치였습니다. 또한 그는 독자에게 항상 이야기의 주체로서 참여할 것을 요청하며, 책과 독자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적 시도를 즐겼습니다.
1995년, 미하엘 엔데는 위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의 글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누군가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으며, 끝없는 이야기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