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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풍자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

by beato1000 2025. 10. 22.

걸리버 여행기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자 사회비판서가 된 소설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의 <걸리버 여행기(Gulliver’s Travels)>는 1726년 출간된 이후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고전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단순한 모험 소설이나 아동 문학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18세기 영국 사회의 정치, 도덕,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이자 철저한 사회 비판서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영국의 외과의사이자 항해사인 레뮤얼 걸리버(Lemuel Gulliver)입니다. 그는 여러 차례의 항해 중 우연한 사고를 겪으며 네 개의 기묘한 나라에 도착합니다. 각각의 나라는 현실 세계를 비튼 풍자적 공간으로, 인간 사회의 허위와 모순을 드러내는 무대가 됩니다.
첫 번째 여행지인 리리퍼트(Lilliput)에서는 몸집이 매우 작은 소인국 사람들을 만납니다. 리리퍼트의 주민들은 키가 15cm 정도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욕망과 권력 다툼은 인간 세계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소한 신념 차이로 전쟁을 벌이고, 관직을 얻기 위해 줄타기를 하는 모습은 당시 영국 정치의 부패를 비유합니다. 스위프트는 이 나라를 통해 ‘작은 인간’의 위선을 풍자하며, 권력이 인간을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두 번째 여행지는 브로브딩내그(Brobdingnag), 즉 거인국입니다. 이곳에서는 걸리버가 작아진 존재로 등장합니다. 거대한 인간들의 시선에서 본 걸리버의 존재는 ‘인간의 미미함’을 상징합니다. 브로브딩내그의 왕은 걸리버의 이야기를 듣고 인간 사회를 “지적이지만 잔혹한 종족”이라 평가합니다. 이 장면에서 스위프트는 유럽 문명의 자만과 탐욕을 비판합니다.
세 번째 여행지인 라퓨타(Laputa)는 공중에 떠 있는 섬나라로, 과학과 수학을 숭배하는 지식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 감각을 잃은 채, 쓸모없는 이론과 실험에 몰두합니다. 이곳은 18세기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풍자이며, 이성의 오만함이 인간을 얼마나 비현실적인 존재로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여행지는 휘넘(휘넘 / Houyhnhnms)의 나라입니다. 이곳의 주민은 이성적인 말(馬)이고, 인간은 야후(Yahoos)라 불리는 미개한 존재로 등장합니다. 걸리버는 말의 사회를 이상향으로 여길 만큼 그들의 합리성과 도덕성에 감탄합니다. 그러나 결국 인간 사회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야후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이 네 번의 여행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인간 문명에 대한 철저한 해부 과정입니다. 스위프트는 걸리버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허영, 부패, 탐욕, 그리고 이성의 한계를 하나씩 드러냅니다. 결국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대한 풍자극입니다.

 


상상의 여행기를 통해 영국의 정치적 부패와 도덕적 타락을 고발한 작품

<걸리버 여행기>는 풍자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선 정치·사회 비판서로 문학사에 남았습니다. 스위프트는 상상의 여행이라는 형식을 빌려, 그 시대 영국의 정치적 부패와 인간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신랄하게 고발했습니다.
리리퍼트 편에서는 ‘작은 인간들’의 우스꽝스러운 권력 다툼을 통해 현실 정치의 부조리를 비판합니다. 이 부분은 단순히 허구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 영국 내 정당 간의 갈등과 왕실의 권력 남용을 풍자한 것입니다. 스위프트는 인간의 권력욕이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폭력과 전쟁을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브로브딩내그 편에서는 시점을 반전시켜 인간을 미시적 존재로 묘사함으로써, 인간의 위선과 허영을 냉정하게 비춥니다. 거인국의 왕이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사악하고 탐욕스러운 짐승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라퓨타 편은 당시 계몽주의 시대의 과학과 합리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과학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의 세계에 빠질 위험을 경고합니다. 그는 “지식이 도덕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진리를 풍자적으로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휘넘의 나라는 인간 이성이 도달할 수 있는 이상향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냉혹한 도덕주의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걸리버가 인간 사회를 혐오하며 말을 숭배하게 되는 장면은, 이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스위프트는 독자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되묻게 합니다.
문학적으로도 <걸리버 여행기>는 독창적 구조와 다층적 의미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이 작품은 풍자, 철학, 정치, 모험이 결합된 복합 서사로, 각 부분이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인간 문명에 대한 일관된 비판을 형성합니다. 언어 또한 간결하고 사실적이며, 걸리버의 ‘여행기’ 형식을 철저히 유지해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
후대에 이 작품은 조지 오웰, 올더스 헉슬리, 프란츠 카프카 등 여러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현대의 반(反)유토피아 문학의 원형으로도 평가받습니다. 또한 <걸리버 여행기>는 시대를 넘어 인간 본성에 대한 보편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오늘날에도 정치적 권력, 과학기술, 사회 구조의 문제를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걸리버 여행기>는 단순히 ‘이상한 나라로 떠나는 모험담’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허구를 거울처럼 비추는 작품입니다. 그 거울 속에서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불편한 진실 앞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풍자문학의 대가, 조너선 스위프트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영국계 작가이자 성직자로, 풍자문학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문학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도덕적 개혁의 도구’로 여겼으며, 인간의 위선과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스위프트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성직자로 활동했으나,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매우 깊었습니다. 그는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불평등, 귀족 정치의 부패, 지식인들의 위선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이 그의 작품 전반을 지배했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 중 하나인 <통의 이야기(A Tale of a Tub)>는 종교적 형식주의를 풍자하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드레이퍼의 편지(The Drapier’s Letters)>를 통해 아일랜드 경제 문제를 신랄하게 고발하면서, 그는 민중의 지지를 받게 됩니다. 스위프트는 문학을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려 한 ‘작가이자 행동가’였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그의 사상과 문학적 기법이 완전히 결합된 대표작입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더 나은 존재로 변화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이 작품의 냉소적 풍자 뒤에는 ‘인간의 가능성을 향한 절망적 낙관주의’가 숨어 있습니다.
스위프트는 뛰어난 언어 감각과 사실적인 묘사로 현실을 그로테스크하게 재현했습니다. 그의 풍자는 단순한 조롱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자신의 도덕적 위치를 성찰하게 만드는 도구였습니다. 그는 “풍자는 웃음을 통해 고통을 인식하게 하는 예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생의 후반부에 정치적 좌절과 건강 악화로 고통받았지만, 여전히 사회와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유지했습니다. 사망 후에도 그의 작품은 유럽 전역에서 끊임없이 읽히며, 현대 풍자문학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결국 인간의 결함을 가장 잘 이해한 작가이자, 그 결함 속에서도 진실을 찾으려 한 사상가였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그가 남긴 가장 강렬한 메시지—“인간은 자신을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때 비로소 진실에 다가선다”—를 완벽히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