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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작품, <일리아스>

by beato1000 2025. 12. 16.

일리아스 표지
<일리아스>

 

 

트로이 전쟁을 다룬 대서사시

어릴 때 부모님이 사주신 어린이 문학 전집에서 그리스 신화를 읽으면서 트로이 전쟁을 알게 되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다룬 신화는 제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웅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활약했기 때문에 여러 번 읽었습니다. 나중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트로이 전쟁을 다룬다고 해서, 어릴 때 읽은 트로이 전쟁 전체를 다루나 보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교 교양 수업 때 신청한 서양철학사에서 교재로 나온 <일리아스>를 읽어보고 단순히 트로이 전쟁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리아스(Ilias)>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가 쓴 서사시로, 서양 문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장 오래된 문학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의 전체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전쟁 후반부 51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중심 인물은 그리스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이며, 그의 분노와 그로 인한 그리스 군 진영의 위기, 그리고 이후 벌어지는 일련의 전투와 죽음이 주된 줄거리를 이룹니다.
이야기는 아킬레우스가 자신을 무시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에게 분노하며 전투에서 손을 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의 이탈로 인해 그리스 군은 트로이 군에게 밀리기 시작하고, 많은 전사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전투에 나섰다가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하자, 아킬레우스는 분노와 슬픔에 휩싸여 전장에 복귀합니다. 결국 그는 헥토르를 죽이고, 그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복수를 감행합니다.
그러나 <일리아스>의 감동은 단지 전투의 승패에 있지 않습니다. 작품 후반부에서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이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는 장면은 깊은 인간애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의 슬픔에 공감하고, 시신을 돌려주며 잠시 동안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연민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배경 속에서도 개개인의 감정과 인간다움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 <일리아스>의 진정한 메시지입니다.
작품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중심으로,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과 신들이 등장하는 방대한 인물군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우스, 아테나, 아폴론, 아프로디테 등 신들도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며, 신과 인간 사이의 갈등과 협력, 운명의 개입이 서사 전반을 관통합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감정, 명예, 운명,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결국 <일리아스>는 영웅들의 전쟁 이야기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이며, 고대 그리스 문화의 핵심적인 가치를 담은 문학입니다. 전쟁의 잔혹함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인간미를 동시에 담아낸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고전입니다.

 


서양 문학 전통의 출발점이 된 작품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서양 문학 전통의 출발점으로 여겨집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본질을 통찰하는 서사시입니다. 특히,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한 인간 내면의 갈등, 명예에 대한 갈망, 슬픔과 복수, 연민과 용서 등의 감정이 매우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서사적 구조 속에 녹여내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아킬레우스는 단순한 전사 이상의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는 무적의 전사이지만,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선택을 망설이고,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무너지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헥토르 역시 전장에서의 용맹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을 가진 인물로, 단순히 적대적으로만 묘사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양면성은 <일리아스>의 인물들이 실제 인간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독자로 하여금 전쟁의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 고뇌를 함께 느끼게 합니다.
<일리아스>는 시적인 운율과 장대한 서사 구조, 그리고 강렬한 이미지들로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오랜 구전 전통에서 유래했지만, 체계적인 구성과 상징적인 장면, 반복적 수사 기법 등을 통해 문학적 세련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반복 구문, 서사시 특유의 수식 표현, 신과 인간의 대화 방식 등은 고대 문학만의 독특한 매력을 전해줍니다.
작품 속에서 신들의 존재는 단순한 배경 장치가 아니라,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운명, 자연의 섭리, 권력과 도덕의 관계 등 다양한 철학적 주제가 은유적으로 녹아 있으며, 이는 <일리아스>가 고대 철학의 토대를 제공한 문학이라는 점을 입증합니다. 이처럼 작품은 전쟁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묻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일리아스>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여전히 현대인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명예를 위해 싸우는 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자, 복수에 사로잡힌 자, 그리고 결국 용서를 택한 자. 이 모든 인간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독자들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를 통해 스스로를 투영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일리아스>는 단지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감정의 깊이를 탐색하는 살아 있는 문학입니다.

 


호메로스 작가 소개

호메로스(Homer)는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서사시인이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실제로 존재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두 작품의 저자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고대 그리스 문학의 근간을 이루며, 이후 유럽 문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호메로스는 눈이 먼 시인으로 떠돌며 자신의 시를 노래했다는 전설이 전해지지만, 이는 후대의 해석과 상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오랜 구전 전통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당시 시인들이 리라 같은 악기에 맞추어 서사시를 낭송하던 문화 속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호메로스는 단순한 작가라기보다는, 수많은 이야기꾼들의 전통을 집대성한 인물로 보는 견해도 많습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는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지만, 인간의 본성과 신, 운명, 영웅적 행동에 대한 통찰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단순한 신화적 상상을 넘어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세계관, 윤리관, 인간관을 깊이 있게 보여주며, 후대 문학과 철학, 역사 서술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호메로스의 작품을 문학적 모범으로 삼아, 서사구조와 인물묘사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호메로스의 문학은 당시 그리스 사회의 가치와 이상을 반영합니다. 그는 인간의 영웅성을 찬양하면서도,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나약함, 죽음의 불가피성까지 함께 노래합니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고 있습니다.
호메로스는 단순한 옛 이야기꾼이 아닙니다. 그는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서사시의 창시자로, 인간의 삶과 운명, 사랑과 상실을 언어로 형상화한 위대한 시인입니다. 그의 작품은 그리스 신화를 넘어, 서양 문명의 기초가 되었고, 그 여운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문학과 철학, 예술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