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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민중소설의 대표격 작품, <장길산>

by beato1000 2025. 12. 25.

장길산
<장길산>

 

 

 

의적 장길산의 삶을 시대에 맞게 새로 창작한 작품

임꺽정과 홍길동, 장길산은 조선 3대 도적이라 불립니다. 홍길동은 허준이 쓴 <홍길동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신출귀몰하고 도술을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인해 현대에 맞게 소설로 재탄생하지는 못했습니다. 임꺽정은 일제 시대 3대 천재로 불렸던 벽초 홍명희 선생이 소설로 창작해 유명세를 떨쳤습니다. 당시 <임꺽정>이 연재되던 신문은 소설을 읽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길산>도 1970년대~1980년대 한국일보에 연재된 소설입니다. 저는 <임꺽정>보다는 <장길산>이 더 재미있더군요. 정말 도적 같은 소설 속 임꺽정과 달리 소설로 재창작된 장길산은 멋진 혁명가 같았습니다. 

<장길산>은 소설가 황석영(Hwang Sok-Yong, 黃晳暎)이 집필한 역사 대하소설로, 조선 후기 실존했던 의적 장길산의 삶을 중심으로 한 작품입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긴 기간에 걸쳐 연재 및 집필된 이 소설은 단순한 전기나 무용담이 아닌, 당대 사회구조와 민중의 현실을 깊이 있게 담아낸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작품의 중심 인물인 장길산은 조선 시대의 부패한 사회 구조와 양반 중심의 봉건 질서에 대항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는 평범한 백성이었으나, 시대의 모순과 폭력 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가족과 이웃의 복수를 위해 산적이 되고, 이후 수많은 민중의 지지를 받으며 저항의 상징으로 성장합니다. 소설은 단순한 영웅 서사에 그치지 않고, 장길산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와 계급 갈등,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합니다.
<장길산>의 서사는 단일한 시간선상에서 전개되지 않고, 장길산 개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조선 후기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민중의 봉기, 민란, 종교운동 등이 얽혀 있으며, 수많은 인물의 삶과 신념이 교차합니다. 작품에는 현실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절박한 삶과 저항,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의식이 진중하게 그려집니다.
특히 황석영은 역사서인 <장길산전>에서 기반한 구조를 가져오면서도, 현대적 해석과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구성합니다. 전통 판소리 서사와 현대소설의 구성이 혼합된 문체는 한국 문학 특유의 맛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전과 현대를 잇는 문학적 다리를 놓습니다.
이 소설은 민중의 시각에서 바라본 조선 후기 사회의 진실을 들추어냅니다. 강도, 산적, 백정, 여성, 종교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역사 속에 잊힌 이들의 존재를 문학적으로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장길산>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 재조명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민중의 정신과 저항의 정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대작입니다.

 

 

한국 문학사상 손에 꼽히는 대하역사소설

<장길산>은 한국 문학사에서 손에 꼽히는 대하소설로 평가받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방대한 분량이나 역사의식을 담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작품 전반에 흐르는 치열한 리얼리즘과 민중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 때문입니다. 황석영은 이 소설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누구의 관점에서 써야 하는가'라는 문학적·윤리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평가들은 <장길산>을 "한국적 리얼리즘 문학의 정점"이라 평가하며, 당대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문학적 시도로 주목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은 단순히 이야기의 장식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와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민중사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특히 여성, 노비, 도망노, 무속인 등 주변화된 인물들이 중심 서사에 위치해 있는 점은, 문학이 기존의 중심에서 벗어난 시선을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또한 <장길산>은 문체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성취를 보여줍니다. 민중의 언어를 생생하게 담아내면서도 서사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구성력, 방대한 역사적 배경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엮어내는 서술 방식은 황석영 특유의 내공을 잘 보여줍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한국의 자연, 정서, 인간의 생존을 담아내려는 치열함이 배어 있습니다.
한편, 이 작품은 1970~80년대의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민중’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급진성 때문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군부 독재 시절, 검열과 금서 지정 등 수많은 압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꾸준히 독자층을 형성했고, 시대를 뛰어넘는 저항의 정신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의 여러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오늘날 <장길산>은 단지 과거를 묘사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누가 역사를 만들어왔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작입니다. 특히 이념, 계급,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여전히 유효한 현재,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의미하게 다가옵니다. 고전이자 문제작, 그리고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장길산>은 읽는 이들에게 강한 울림을 줍니다.

 


황석영 작가 소개

황석영(Hwang Sok-Yong, 黃晳暎)은 1943년 만주 신경에서 태어나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시대를 증언하는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평양과 서울에서 보냈으며,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하면서 인간과 사회, 분단 현실에 대한 깊은 인식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영됩니다.
1962년 <사상계>에 단편 <입석부근>이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한 황석영은 이후 <객지>, <삼포 가는 길> 등의 작품을 통해 도시 빈민과 노동자의 삶, 사회적 약자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습니다. 그의 글은 언제나 ‘현장’에 발을 딛고 있으며, 사회적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합니다.
<장길산>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수년에 걸쳐 수많은 자료 조사와 현장 방문, 방대한 집필을 통해 완성한 작품입니다. 황석영은 이를 통해 단순한 작가가 아닌 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역사적 기록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는 이외에도 <한씨연대기>, <오래된 정원>, <바리데기>, <해질 무렵> 등 다수의 장편소설과 수필, 희곡을 발표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황석영은 또한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베트남 전쟁 참전 후 반전 소설을 발표하고, 1989년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했다가 이후 수감되는 등 그의 삶은 문학과 현실, 예술과 정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교차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늘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작가는 시대의 진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을 견지해 왔습니다.
그의 문학은 문장 하나하나가 단순한 꾸밈이 아닌, 시대와 인간의 고통을 직시하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동아시아 정서와 민중의 삶을 함께 아우르는 서사 구조를 통해,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는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문학을 통해 사람과 시대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