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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창작 배경, 대표곡, 극 구성

by beato1000 2025. 7. 28.

'전쟁과 평화' 관련 사진

 


오페라 『전쟁과 평화』는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o Tolstoy)의 동명 대하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대작 오페라입니다. 특히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가 아닌,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이 작품을 작곡하면서 문학과 음악, 전쟁과 인간 심리라는 주제를 웅장한 오페라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예술적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세기 소련 시대의 정치적 배경 속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시대적 이념과 검열, 수정 등을 둘러싼 복합적인 창작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감상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쟁과 평화』의 창작 배경, 대표 아리아와 합창곡, 그리고 전체적인 줄거리와 극 구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전쟁과 평화' 창작 배경

『전쟁과 평화』 오페라는 1941년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에 의해 작곡이 시작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전쟁 속 인간성과 용기를 조명하기 위한 예술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대작을 오페라로 만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탄생은 단순한 문학의 음악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당시 소련 정부는 예술을 정치 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며, 특히 전쟁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모든 작품은 국가 검열과 이념적 적합성 검토를 거쳐야 했습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오페라를 단순히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기획했지만, 정치적 상황은 그를 애국주의 중심의 선전형 예술가로 몰아가려 했습니다. 결국 그는 오페라의 내용을 두 차례나 대대적으로 수정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원래의 의도였던 인간 중심적 메시지와 일부 서정적인 부분이 삭제되거나 축소되기도 했습니다. 작품은 13막으로 구성되었으며, 처음 8막은 ‘평화’를, 후반부 5막은 ‘전쟁’을 다루는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톨스토이 소설의 구조와도 유사하며, 인물들의 개인적 삶과 국가의 역사적 사건이 교차하는 방식을 통해 전체적인 인간상과 민족의 운명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는 창작 당시부터 수많은 정치적 압박에 시달렸고, 공식 초연은 오랜 기간 연기되었습니다. 1945년 모스크바에서의 축소 공연 이후, 전체 버전이 온전히 무대에 오른 것은 프로코피예프 사후 1955년 키로프 극장에서였습니다. 이처럼 『전쟁과 평화』는 단순히 한 편의 예술 작품이 아니라, 역사 속 예술가가 겪은 창작의 고통과 그 안에서 피어난 저항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오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은 단지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정치와 예술이 교차하던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적 기록물로서도 가치가 큽니다.

 

대표곡

『전쟁과 평화』 오페라는 방대한 분량과 등장인물, 복잡한 감정선으로 인해 다양한 아리아와 중창, 합창곡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는 대표곡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주인공 나타샤가 부르는 아리아 ‘나는 숲을 좋아해요(I love the garden)’는 그녀의 순수한 내면을 담은 서정적인 곡으로, 평화 파트의 정서적 중심을 이룹니다. 이 곡은 플루트와 하프의 반주가 어우러져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그녀의 감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이후 그녀가 겪게 될 전쟁과 절망을 대비적으로 암시합니다.
또한, 안드레이 공작이 부르는 중반부 아리아 ‘삶은 덧없고 전쟁은 영원하다’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표현하는 곡으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낯설고 비극적인 화성이 인상적입니다. 이 아리아는 겉으로는 차분하지만, 내면의 깊은 절망과 고뇌가 담겨 있어 남성 테너가 연기하는 데 있어 큰 감정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그 외에도 피에르가 부르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독백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이 오페라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임을 보여줍니다.
전쟁 파트로 넘어가면, 대규모 합창곡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프랑스군과 러시아군의 전투 장면에서는 남성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폭발하며, 전장의 소음과 혼란, 민중의 분노와 결의를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이 곡들은 단지 배경음악의 역할을 넘어서, 하나의 독립적인 감정선으로 기능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러한 대조적 음악 구성으로 전쟁의 무자비함과 인간 감정의 섬세함을 동시에 표현하였으며, 이는 오페라 전체의 극적 흐름에 깊이를 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전쟁과 평화』를 감상할 때는 서정적 아리아와 드라마틱한 합창곡의 대비를 음미하며 듣는 것이 작품의 진가를 느끼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극 구성

오페라 『전쟁과 평화』는 두 개의 대조적이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화’의 장에서는 사랑과 일상의 희망이, ‘전쟁’의 장에서는 역사와 운명의 비극이 중심이 되며, 이는 톨스토이의 소설 원작이 보여준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사회적 맥락을 오페라 형식에 맞게 극화한 것입니다. 첫 부분에서는 모스크바의 상류층 가문을 배경으로 한 청춘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나타샤 로스토바는 밝고 순수한 소녀로, 파티에서 만난 안드레이 볼콘스키 공작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안드레이가 전쟁터로 떠나면서 위기를 맞이하고, 나타샤는 유혹자 아나톨에게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인간 내면의 흔들림과 현실의 무력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 안드레이는 전쟁터에서 상처를 입고 죽음에 가까워지며, 피에르 베주호프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섭니다. 그는 프랑스군과 러시아군의 충돌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과 마주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작품 후반부에서의 전쟁 장면들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인간의 신념과 생존, 그리고 윤리의 문제를 질문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어 극적인 동시에 철학적인 울림을 줍니다.
결국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나타샤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고, 피에르는 새로운 삶의 의지를 얻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결말은 단지 해피엔딩이라기보다는, 파괴 속에서 인간이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페라는 전반적으로 톨스토이의 인간 중심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의 힘을 통해 감정의 농도를 더욱 진하게 전달하며 관객에게 강한 몰입감을 줍니다. 이처럼 『전쟁과 평화』는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인간 내면의 진실을 탐색하는 심오한 예술작품입니다.
『전쟁과 평화』 오페라는 20세기 러시아의 정치적 현실과 문학적 유산, 음악적 실험정신이 결합된 대표작입니다. 프로코피예프는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전쟁 서사를 넘어, 인간의 도덕성과 심리, 사회 구조의 모순을 음악으로 그려냈습니다. 방대한 줄거리와 인물들의 감정선, 그리고 감정과 이념의 충돌을 뛰어난 음악 언어로 담아낸 이 오페라는 관객에게 깊은 철학적 사유와 정서적 울림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클래식 오페라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원하신다면, 『전쟁과 평화』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명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