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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판타지, <꿈꾸는 책들의 도시>

by beato1000 2025. 10. 9.

꿈꾸는 책들의 도시 표지
<꿈꾸는 책들의 도시>

 

 

 

문학과 언어, 상상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이는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Die Stadt der Träumenden Bücher)>는 독일의 작가 발터 뫼어스(Walter Moers)가 2004년에 발표한 판타지 소설로, ‘자몬(잠모니아)’이라는 허구의 대륙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중 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책을 소재로 한 모험담을 넘어, 문학과 언어, 상상력의 본질을 탐구하는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입니다.
이야기의 화자는 ‘책사룡(책을 쓰는 용)’이라는 설정의 작가 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Hildegunst von Mythenmetz)입니다. 그는 스승이 남긴 미완의 원고를 읽고 그 문장의 힘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 글은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워, 읽는 이의 영혼을 흔드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힐데군스트는 그 놀라운 글의 진짜 저자를 찾기 위해 ‘꿈꾸는 책들의 도시’로 불리는 부흐하임(Buchhaim)으로 향합니다.
부흐하임은 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도시로, 서점, 인쇄소, 고서점, 작가, 비평가, 출판인 등 문학과 관련된 모든 직업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곳은 탐욕과 음모, 경쟁이 난무하는 어두운 곳이기도 합니다. 책은 이 세계에서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인간의 영혼을 사로잡고 심지어 죽일 수도 있는 위험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히르데군스트는 부흐하임에서 수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기꾼 출판인, 기괴한 서점 주인, 비밀스럽고 천재적인 작가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책을 먹고사는 ‘암흑서생’이라는 존재들까지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가 도시의 깊은 지하, ‘그림자 왕국’이라 불리는 미로 같은 공간으로 들어서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인 모험과 철학적 탐구로 확장됩니다.
지하세계에는 오랜 세월 동안 잊힌 책들과 미지의 생명체들이 살아 있습니다. 그곳에서 힐데군스트는 ‘그림자 왕(Shadow King)’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존재를 만나며, 진정한 작가의 의미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작가는 이 장대한 모험 속에서, 문학이란 무엇이며 왜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구원하려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작품은 외견상 판타지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실은 ‘문학에 대한 문학’, 즉 메타픽션의 성격을 강하게 띱니다. 뫼어스는 자몬 대륙이라는 세계를 정교하게 구축하고, 그 안에 수많은 작가, 문학 장르, 언어유희를 집어넣어 ‘책 속의 우주’를 완성합니다. 책은 이 세계에서 곧 생명이며, 독서는 모험입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독서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이 단순한 종이 묶음이 아니라, 꿈꾸는 생명체이며 영혼을 움직이는 존재로 그려진 이 작품은, 그야말로 ‘책을 위한 서사시’라고 할 만합니다.

 


문학이 인간에게 주는 힘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철학적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발터 뫼어스의 대표작으로,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 독서가들로부터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판타지’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독창적인 세계관이나 흥미로운 모험담을 넘어, ‘문학이 인간에게 주는 힘’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철학적 소설로 평가됩니다.
무엇보다 뫼어스의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상상력의 결정체입니다. 자몬 대륙은 완벽하게 구성된 허구의 세계로, 언어, 지리, 생물, 문화, 출판 산업까지 모두 세밀하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부흐하임’이라는 도시의 묘사는 마치 현실 속 문학 시장을 풍자하는 듯한 세밀함을 보여줍니다. 문학이 산업으로 변질되고, 상업성과 천재성, 창작과 탐욕이 뒤섞인 세계는 현대 사회의 문화 현상을 은유적으로 비추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뫼어스는 유머와 풍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그의 문장은 재치 있고 유려하며, 때로는 시적이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품고 있습니다. 책의 세계를 모험하는 힐데군스트의 여정은 단순한 탐정소설의 구조를 따르지만, 그 안에는 예술가로서의 고뇌, 창작의 고통, 완벽한 문장을 향한 집착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 점에서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글을 쓰는 자’와 ‘읽는 자’ 모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문학의 힘’을 직접적으로 시각화했다는 점에서 독창적입니다. 여기서 책은 살아 움직이며, 잘못된 문장은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완벽한 글은 영혼을 구원합니다. 뫼어스는 문학이 단순한 취미나 학문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움직이는 생명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평론가들은 이 소설이 ‘독서 행위에 대한 찬가’라고 평가합니다. 작가는 독서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닌, 다른 존재의 정신과 연결되는 신비한 행위임을 설파합니다. 힐데군스트가 원고 한 장에 이끌려 도시로 향하듯, 독자 또한 한 권의 책에 이끌려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형식 면에서도 독창적입니다. 뫼어스는 자신이 직접 삽화를 그리고, 언어유희와 조어를 통해 텍스트의 질감을 확장합니다. 독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감각을 경험합니다. 또한 그는 문학사를 패러디하며, 실존 작가를 변형된 이름으로 등장시키는 등 유쾌한 장치를 다채롭게 구사합니다.
결국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책의 세계를 책으로 구현했다’는 데 있습니다. 독자는 읽는 행위를 통해 책 속 세계를 탐험하고, 그 안에서 문학의 생명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독서라는 행위의 본질’을 탐구한 철학적 예술작품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한 작가, 발터 뫼어스

발터 뫼어스(Walter Moers, 1957~ )는 독일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특유의 풍자적 상상력과 다층적인 언어유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 그는 현대 독일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한 작가로 평가받으며, 특히 ‘자몬(Zamonien) 시리즈’를 통해 철학적 판타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뫼어스는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반부터 만화와 일러스트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초기에는 풍자 만화가로 활동하며 사회 비판적 유머로 인기를 얻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소설 창작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문학적 전환점은 <캡틴 블루베어의 13과 ½ 인생>으로, 이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독자적인 ‘자몬니아 문학’을 구축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자몬 대륙을 배경으로 하지만, 매번 전혀 다른 인물과 주제를 다룹니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그중에서도 ‘문학과 창작의 본질’을 주제로 삼은 가장 철학적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뫼어스는 자신이 직접 모든 삽화를 그리며, 텍스트와 그림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문학을 시도했습니다.
뫼어스는 대중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은둔적인 성향을 유지하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공식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고, 사진 촬영이나 대중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얼굴 없는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신비로움은 오히려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뫼어스의 글에는 풍자와 철학, 유머와 서정이 절묘하게 공존합니다. 뫼어스는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며, 문학은 그 언어가 꾸는 꿈’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사상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세계관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는 글쓰기와 독서의 행위를 생명체 간의 소통으로 보며, 문학을 인간 정신의 연장으로 이해합니다.
뫼어스의 작품은 독일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문체와 철학적 상상력은 J.R.R. 톨킨이나 미하엘 엔데와 같은 거장들과 비교되며, 그가 창조한 자몬 대륙은 현대 판타지 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됩니다.
뫼어스는 여전히 함부르크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자몬 세계의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 중입니다. 발터 뫼어스의 작품들은 그 자체로 ‘책에 대한 사랑의 선언문’이며,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그중에서도 문학 예찬의 정점에 서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