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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사상과 신앙이 집약된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by beato1000 2025. 10. 1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표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 존재의 목적과 신의 사랑, 이웃에 대한 연민을 순수한 언어로 표현한 작품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What Men Live By)>는 인간의 본질과 사랑의 의미를 탐구한 도덕적 우화로, 그의 후기 사상과 신앙이 집약된 대표적인 단편집입니다. 이 작품은 제목이 곧 질문이자 결론으로 작용하며, 인간이 무엇에 의해 살아가는가를 깊이 묻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짧은 이야기 속에서 인간 존재의 목적과 신의 사랑, 그리고 이웃에 대한 연민을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가난한 구두장이 ‘세몽(Simon)’입니다. 그는 추운 겨울날, 신발을 만들 가죽을 사기 위해 시장으로 나갔다가, 길가에서 거의 벌거벗은 채 얼어 죽어가는 한 사나이를 발견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그를 도와줄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양심의 가책에 이끌려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집으로 데려옵니다. 그 사나이는 말없이 세몽과 그의 아내에게서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얻으며, 생명을 되찾습니다.
이 낯선 남자는 사실 인간의 형상을 한 ‘천사’입니다. 그는 신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 하늘에서 쫓겨났고, 인간 세상에서 세 가지를 배우기 전에는 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징벌을 받았습니다. 그 세 가지는 바로 “사람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습니다.
세몽의 집에 머물며 그는 구두장이의 제자로 일하게 되고, 세상 사람들을 지켜보며 인간의 삶을 배웁니다. 어느 날, 한 부자가 비싼 장화를 주문했으나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고, 그때 천사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미래의 일’임을 깨닫습니다. 또 다른 손님은 어린아이를 입양하러 왔고,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며 ‘사람 안에 있는 것은 사랑’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세몽과 그의 아내의 자비를 통해, 마침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이 세 가지 깨달음은 작품의 핵심이자 톨스토이가 전하고자 한 도덕적 메시지의 완성입니다. 인간은 자기 힘이나 지혜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돕는 관계 속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이야기합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천사는 신의 용서를 받고 하늘로 돌아갑니다. 그 순간, 세몽과 그의 아내는 천사가 하늘로 떠오르는 기적을 목격하며 신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이는 인간의 선행이 곧 신의 뜻과 이어져 있다는 상징적 결말입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종교적 색채를 지니고 있지만, 특정 신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방법, 즉 타인에게 연민을 베풀고 서로를 이해하는 행위가 곧 신의 뜻을 따르는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이야기 속에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으며, 톨스토이의 대표적 ‘도덕적 구원 서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문학을 통해 신앙과 인간성을 탐구해온 톨스토이 사상의 결정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레프 톨스토이가 문학을 통해 신앙과 인간성을 탐구하던 후기 사상의 결정체입니다. 그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같은 대하소설로 인간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묘사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개인의 영혼’과 ‘신의 사랑’을 중심으로 인간 구원의 본질을 다룹니다.
이 소설은 복잡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닌, 단순한 우화적 구조를 따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문명사적 통찰과 윤리적 감동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가는 이유를 “사랑”이라고 규정하며, 그 사랑이 인간을 구원하는 힘이라고 단언합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톨스토이 사상의 문학적 요약”이라고 평가합니다. 1880년대 이후의 톨스토이는 귀족적 삶과 물질문명에 대한 회의 속에서 도덕적 각성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종교적 회심을 통해 ‘예수의 가르침에 따른 단순한 삶’을 강조했고, 그 신념이 바로 이 작품에 투영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형식적으로는 짧은 단편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성서적 비유와 철학적 사색이 결합된 우화문학의 정점입니다. 특히 천사가 세몽 부부와의 일상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깨닫는 과정은,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가 서로를 통해 완성된다는 상징적 구조를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언어는 매우 간결하고 따뜻합니다. 톨스토이는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인간의 선함을 묘사하며,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유지합니다.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무게는 오히려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문학적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현실과 신앙, 도덕과 사랑의 균형을 이룬 작품입니다. 종교적 교훈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결코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자는 세몽과 천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스로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닙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인간이 점점 더 타인에게 무관심해지고, 관계보다 이익을 중시하는 현실에서, 톨스토이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말은 단순한 도덕 명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근본 조건임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단지 종교적 우화가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며, 사랑과 연민이야말로 모든 존재의 근원임을 일깨워 주는 인간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 문학의 거장, 레프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o Nikolaevich Tolstoy, 1828~1910)는 러시아가 낳은 세계 문학의 거장이자, 인간의 도덕적 구원과 영혼의 자유를 탐구한 사상가입니다. 그는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인물로, 예술을 넘어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로 평가받습니다.
톨스토이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철학과 문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청년 시절 군 복무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죽음의 문제를 직접 체험하면서, 문학을 단순한 예술이 아닌 인간 구원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초기작 <유년 시절>, <청년 시절>, <세바스토폴 이야기>는 사실주의 문학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이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문학적 성공 이후에도 삶의 허무와 도덕적 갈등에 시달렸습니다.
1880년대 이후 톨스토이는 깊은 종교적 회심을 겪으며, 신앙과 도덕,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부와 권력, 제도화된 교회, 폭력과 전쟁을 모두 거부하며, ‘예수의 산상수훈’에 기반한 사랑과 비폭력의 삶을 주장했습니다. 이는 훗날 간디,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등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톨스토이의 후기 작품들—<부활>, <크로이체르 소나타>,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리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모두 인간의 내면적 변화와 도덕적 성숙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가 추구한 ‘도덕적 실천의 문학’이자, 인간의 구원이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의 결정체입니다.
톨스토이는 삶의 마지막까지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재산을 포기하고 평민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는 인간의 위대함이 지식이나 지위가 아닌, 사랑과 연민의 실천에서 비롯된다고 믿었습니다.
1910년 11월,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상은 여전히 전 세계의 윤리와 문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단순한 종교 문학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핵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자 대답입니다. 그는 인간이 오직 사랑을 통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그 사랑이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잇는 유일한 다리임을 보여줍니다.
톨스토이의 문학은 여전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 질문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장 순수한 목소리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