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과 괴이의 경계를 파고드는 공포 소설
집은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입니다. 누구나 직장이나 학교 등 외부에서 힘든 하루를 보낸 후 집에 와서 휴식을 하죠. 그래서 집은 사람들에게 요새와 같은 공간입니다. 그래서 이런 편안한 일상이 유지되는 공간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면 그 자체로 너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집을 주요 공간으로 하는 공포 영화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한 집이라는 공간이 외부의 침범으로 공포스러운 장소로 변하는 과정에서 공포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집에 내가 모르는 존재의 기척이 느껴진다면 어떨까요? 많은 이야기에서 회자되는 '유령의 집' 테마입니다. 편안해야 할 집에서 귀신이 나온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소설은 이런 집에 얽힌 괴담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괴담의 집(どこの家にも怖いものはいる)>은 일본 현대 괴담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미쓰다 신조(三津田 信三, Shinzo Mitsuda)가 2014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일상과 괴이의 경계를 파고드는 정통 괴담 형식의 소설집입니다. 제목은 “어느 집에나 무서운 것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누구나 살아가는 공간인 ‘집’이라는 가장 사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간에 잠재된 공포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이 작품은 단일한 이야기로 구성된 장편이 아니라,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담 작법을 따라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가 서로 얽히고 쌓이며 종국에는 하나의 ‘이야기 구조물’로 완성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나’라는 화자가 괴담 수집가이자 작가인 지인의 의뢰를 받아, 여러 사람들로부터 기이한 체험담을 수집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각 장은 하나의 괴담 형식을 띤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로 있었던 사건처럼 현실감 있는 어조로 서술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집에 들어간 뒤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 존재하지 않는 방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벽장 속에서 멈추지 않는 기척, 가족 중 한 명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 등, 일상의 틈 속에서 피어나는 불안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괴담들이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이렇다 할 해답이 제시되지 않으며, 독자가 직접 상상하거나 해석하게끔 여지를 남깁니다. 괴담이란 애초에 설명이 되지 않기에 무서운 것이라는 점을 작품은 반복적으로 상기시킵니다. 미쓰다 신조는 이야기 속 인물들이 겪은 체험을 독자의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기고, 그것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느끼게끔 만듭니다. 특히 이야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각기 다른 사람의 체험담이 서로 기묘하게 연결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미로처럼 느껴지는 서사 구조를 이루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집’은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기능합니다. 각 이야기 속 집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 구조나 과거의 사건, 혹은 거주자의 심리와 맞물려 점차 이상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이는 단순히 ‘귀신이 나온다’는 외적 공포가 아닌, 심리적이고 서서히 조여 오는 불안을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독자는 이야기 속 인물이 느끼는 의심, 망설임, 공포를 함께 체험하게 되며, 이 감정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서서히 축적되어 마지막에는 무거운 긴장감으로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괴담의 집>은 독자에게 단순한 공포 이상의 체험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마치 실제로 존재할 법한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엮은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민담 같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괴담’을 단순히 오싹한 이야기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느끼는 근원적인 공포—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끄집어내는 문학으로 끌어올린 수작입니다.
괴담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공포의 본질을 강조한 작품
<괴담의 집>은 전통적인 괴담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공포의 감각을 훼손하지 않은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는 오랜 기간 괴담과 민속, 오컬트에 대한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왔으며, 이 작품은 그 집약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괴담’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귀신이나 괴이한 존재의 출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불안, 무의식의 영역을 탐색하는 문학임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 보입니다.
이 책은 구조적으로도 뛰어납니다. 단편들의 연속인 듯하지만, 모든 이야기가 일정한 분위기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하나의 유기적 서사로 수렴되는 느낌을 줍니다. 이는 미쓰다 신조 특유의 ‘입체적 서사 구성’ 기법으로,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고 지나친 독자도 마지막에 이르면 이전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맞물리며 더욱 깊은 공포로 독자를 몰아넣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흔히 볼 수 없는 방식이며, 괴담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형식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쓰다 신조는 설명하지 않는 공포의 미학을 탁월하게 활용합니다. 독자는 등장인물들이 겪는 괴이한 현상의 원인을 알고 싶어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끝까지 명확히 드러내지 않습니다. 바로 이 모호함이 이야기의 공포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독자는 해답 없는 이야기 속에서 불안을 느끼고,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이것은 짧고 강렬한 ‘자극’이 아니라, 깊고 은근하게 스며드는 ‘잔상형 공포’로, 미쓰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괴담의 집>은 현실과의 경계가 묘하게 흐리며, 일상의 틈새에서 피어나는 불안을 강조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지만, 작가는 그 익숙함 속에 잠재된 낯섦을 끄집어냅니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은근한 공포를 자극합니다. 독자는 책을 덮은 후에도 주변의 그림자, 소리, 정지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떠올리며 현실에서도 긴장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 괴담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문학성을 접목한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하나의 심리적 체험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 고유의 ‘혼령’ 개념과 공간성, 집단 심리 등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일본 공포문학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문학평론가들은 <괴담의 집>을 두고 “현대 괴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평가하며, 괴담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과 어둠을 성찰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공포는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감정과 기억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선 깊은 사유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 작가 소개
미쓰다 신조(三津田 信三, Shinzo Mitsuda)는 일본의 소설가로, 미스터리와 호러 장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괴담 형식의 소설에 있어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한 작가입니다. 그는 실제로는 얼굴이나 생년월일, 본명 등 신상에 대한 정보가 철저히 비공개되어 있으며, ‘미쓰다 신조’라는 이름 역시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의 신상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그가 창조해 낸 작품 세계는 그 자체로 깊이 있고 독창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괴담, 민속적 요소, 본격 미스터리 기법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독자가 이야기 속의 괴이함에 빠져들도록 유도하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괴담의 집> 시리즈, <노조키메>, <도조 겐야 시리즈> 시리즈 등을 통해 그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서술 방식,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구조,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공포의 미학을 정립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자주 '구술체 형식' 혹은 '기록물의 전달'이라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독자에게 마치 실제 체험담이나 제3자가 겪은 사건을 전해 듣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방식은, 독자의 몰입도와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괴담을 매개로 한 서사 실험과 심리적 파고들기를 시도하는 작가입니다.
또한 미쓰다 신조는 독자와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책 속에서는 오히려 친밀한 1인칭 화자 또는 서술자를 통해 이야기를 끌어가며, 괴담을 통해 인간의 불안, 의심,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적인 영역을 들춰냅니다. 그의 작품 속 ‘괴이’는 종종 외부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인물 내부에서 비롯된 공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현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미쓰다 신조의 가장 큰 문학적 특징은,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공포가 되는 방식”입니다. 이야기의 결말이 정리되지 않거나, 도리어 독자의 상상에 해석을 맡겨 놓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열린 결말은 독서 이후에도 공포의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특히 그가 다루는 괴담은 단순한 유령 이야기나 갑작스러운 반전이 있는 스릴러가 아닌, 서서히 침투해 오는 불쾌감, 구조적 미스터리,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한국 독자들 사이에서도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괴담과 미스터리 문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고유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으며, <괴담의 집> 시리즈는 ‘공포 소설의 명작’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만큼 미쓰다 신조는 장르적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에게 새로운 방식의 서사를 체험하게 만드는 작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