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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모순을 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by beato1000 2026. 1. 1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책 표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권력은 어떻게 용인되는가'를 폭로한 소설

한국 근현대사는 온갖 억압과 병폐로 얼룩져 있습니다. 박정희의 유신 정권을 거쳐 전두환, 노태우의 군부 정권을 지나 민주화 정부가 들어섰고, 현재까지 이르렀습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오랜 시간 군부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한국 사회는 억압적인 권력이 우리 일상을 강하게 감시하고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러한 권력은 공무원 사회는 물론, 회사, 학교까지 작용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잘 묘사해 독자들은 물론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문열(Lee Mun-yeol)이 1983년에 발표한 중편소설로, 발표 이후 한국 사회와 교육, 권력 구조에 대한 풍자와 통찰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청소년기 학교라는 폐쇄된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작동 방식과 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태도를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은유적 비판을 담아냅니다.

소설은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회상을 시작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되고, 새로운 학급에서 ‘엄석대’라는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엄석대는 반장이자 학급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교사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으며 동시에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합니다. 그는 겉으로는 모범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철저한 감시와 위계질서를 통해 학급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엄석대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려 하지만, 점차 고립감과 무력감 속에서 그 체제에 편입되어 갑니다. 주인공의 변화는 독자에게 묵직한 물음을 던집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한 사회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불의에 저항하지 못하는가’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런 개인의 타협과 체제 순응의 과정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축소판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결국 학급에 새로운 담임교사가 부임하며 엄석대의 체제는 무너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몰락의 방식 역시 단순한 ‘정의의 승리’가 아니라, 또 다른 권력의 개입과 강제적 질서 변화로 그려지면서, 권력이 바뀔 뿐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암시합니다. 주인공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타협과 침묵을 돌아보며 자책하게 되고, 이 회고는 단지 과거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윤리적 질문으로 작용합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단순한 성장서사가 아닌, 인간 내면의 심리와 사회 구조의 상호작용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문열은 '청소년기의 학교'라는 소우주를 통해 인간이 권력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심리적으로 풀어냅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히 교훈적이거나 윤리적인 차원의 소설이 아니라, 인간 본성과 사회 시스템을 교차시키는 깊이 있는 구조를 가진 작품입니다.

 


권위주의 시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담아낸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읽히고 분석되어 온 현대 한국문학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단순한 학급 이야기나 성장담을 넘어, 권력과 순응, 개인의 양심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점에서 높은 문학적 완성도를 인정받습니다. 이문열의 냉철한 문체와 심리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적으로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작품이 던지는 윤리적 질문과 사회적 상징성에 대해 끊임없이 사유하게 합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권위주의 시대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 평가합니다. 엄석대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효율과 질서라는 이름 아래 권위를 행사하고, 심지어 그 권위를 스스로 정당화하는 인물입니다. 더 나아가 그의 통치는 구성원들의 ‘묵인’과 ‘협력’ 속에서 유지된다는 점에서, 공동체 안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는 단지 학교라는 장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정, 직장, 정치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또한 이 소설은 '정의'와 '권력'의 관계를 복잡하게 보여줍니다. 엄석대의 몰락이 단순한 악의 퇴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 자리를 또 다른 강압적 질서가 대체한다는 전개는 권력의 순환과 구조적 고착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이문열은 권력의 성격을 도덕적 선악의 이분법으로 환원하지 않고, 더 근본적인 인간 심리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풀어냅니다.

특히 주인공의 ‘내면 변화’는 이 소설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처음에는 정의감을 가지고 엄석대에게 저항하던 주인공이 점점 무력함과 자기 보호 본능에 의해 타협하게 되는 과정은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이 과정은 단지 한 소년의 변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거나 겪고 있는 현실 속의 자기 검열과 침묵, 비겁함의 단면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은 작품 말미의 회상과 맞물리며 더욱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92년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문학작품의 사회적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켰습니다.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널리 읽히며, 지금도 청소년 독자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 타인의 권력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소설은 결국 독자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우리는 어떤 권력을 용인해왔는가? 우리는 불의 앞에서 얼마나 많은 침묵을 해왔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지 과거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 점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한 시대의 거울이자,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조명하는 문학적 성취라 할 수 있습니다.

 

이문열 작가 소개

이문열(李文烈, 1948~ )은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1980년대 이후 문학적 영향력을 가장 강하게 행사한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였고, 이후 문단에 등장하여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1979년 <사람의 아들>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한 이래, <젊은 날의 초상>, <변경>, <황제를 위하여>, <골짜기의 빛> 등 수많은 장편과 단편을 발표하며 한국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문열의 문학은 개인과 역사, 이성과 감성, 도덕과 욕망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삼으며, 한국 사회의 정치적, 이념적 상황과 맞물려 읽혀집니다. 특히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작품 속 인물들의 사유와 선택은 독자들에게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사를 넘어 존재론적 사유로 확장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이문열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권력 구조와 개인의 양심 문제를 통찰력 있게 묘사하였고, 이를 통해 문학적 성취와 대중적 인지도를 동시에 얻었습니다. 이외에도 <사람의 아들>은 기독교와 윤리, <변경>은 분단 이데올로기와 존재론, <젊은 날의 초상>은 자아와 문학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어 다양한 문학적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의 문학적 뿌리를 고전문학, 특히 동서양의 고전에 두고 있으며, 문체와 사상 모두에서 깊이 있는 사유가 깃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동시에 그는 대중성과 철학성을 동시에 겸비한 작가로,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시각이나 시대적 한계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문학적 성취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문열은 소설가이자 문학 이론가로서 한국 문학의 방향성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작가는 시대의 거울이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문학이 단지 개인의 감정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를 비추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작품 전반에 일관되게 드러나며, 독자에게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며, 한국 현대문학의 논쟁과 진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문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단순한 성장 서사를 넘어 인간과 권력, 그리고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깊이 있는 문학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