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한국 사회 양심의 기록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by beato1000 2026. 1. 10.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책 표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룬 소설

1980년대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있었습니다.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입니다. 1960~70년대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한국은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불평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는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을 하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저항을 했지만 군사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게 됩니다. 이때 한국 사회가 처한 불평등을 사람들에게 알린 소설이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입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조세희(趙世熙, Jo Se-hee)가 1970년대 중반부터 ≪문학과지성≫ 등을 통해 연재하고, 197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연작 소설입니다. 총 12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이야기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세계관과 주제를 공유합니다. 이 작품은 한국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루며, 불평등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이야기는 서울의 한 빈민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은 ‘난장이’ 김불이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김불이는 키가 3척 1촌에 불과한 왜소한 신체를 가진 인물이지만, 삶에 대한 애착과 도덕적 가치관을 지닌 성실한 노동자입니다. 그러나 그와 그의 가족은 재개발이라는 이름의 강제 철거에 내몰리며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도시의 발전과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이들은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난장이의 아들 영수, 영호, 영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합니다. 영수는 과학도이자 지식인이지만, 지식이 세상의 불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경험합니다. 영호는 직접 폭력과 범죄를 통해 사회에 저항하는 인물로, 점차 타락의 길을 걷게 되며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집니다. 영희는 철거 현장에서의 비참한 현실과 여성으로서의 억압을 동시에 겪으며, 조용하지만 분명한 저항을 이어갑니다.
이 작품은 단지 난장이 가족의 비극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소설 전반에는 도시화, 산업화,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인간이 도구화되고 파편화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특히 재개발, 고도성장, 소외, 노동 착취, 주거권 문제 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조세희는 기계적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번영 이면에 감춰진 인간성 상실과 윤리의 붕괴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한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은 난장이 가족의 비참한 현실과는 다소 상반되는 이미지로,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작은 공’은 절망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상징이며, 우주의 질서처럼 모든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이상 세계를 향한 작가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난장이 김불이가 ‘작은 공’을 하늘로 날리는 행위는 결국 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능성을 지키고자 하는 상징적인 몸짓입니다.
결국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 가족의 비극적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 전체를 비추는 거울이자 사회적 양심의 기록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이 책은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각성을 주며,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문학적, 사회적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강렬한 사회 고발적 작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강렬한 사회 고발적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의 이면에서 벌어진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비판적 문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연작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양한 인물과 시점을 제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사회 구조를 제시합니다.
이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문학적 가치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고통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응시했다는 데 있습니다. 조세희는 어떤 미화나 수사 없이, 차가운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독자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빈민가의 냄새, 재개발 현장의 소음, 공장 노동자들의 피로, 그리고 인간이 겪는 절망과 분노는 독자가 마치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고유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김불이 가족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주변 인물들 또한 사회적 불평등 구조 속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직면한 문제를 드러내는 집합적 서사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 당시에도 큰 충격을 안겼지만,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개발, 재건축, 세입자 철거 등 비슷한 구조의 문제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 소설이 다룬 주제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지 과거의 사회상을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기능을 합니다.
한편, 이 작품은 청소년 필독서로도 자주 선정되지만, 단지 도덕적 교훈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닙니다. 문학이 현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예술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문학 교육의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이 작품을 통해 ‘문학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기도 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작품의 지나친 비관성과 과도한 고발 성격이 문학적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 작품이 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문학이 단지 아름다움이나 감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를 드러내고 바꾸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은 한국 문학사에서 드물게 ‘사회적 감수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춘 작품으로, 세대를 뛰어넘어 꾸준히 읽히고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조세희의 깊은 애정과 치열한 윤리의식 덕분일 것입니다.

 


조세희 작가 소개

조세희(Jo Se-hee, 1942~2022)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연민과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낸 작품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특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으며, ‘현실 참여 문학’의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난 조세희는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돛대 없는 장선>이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초기에는 단편소설과 평론을 통해 활동했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현실 참여적 성향의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며 주목을 받습니다. 특히 1975년부터 ≪문학과지성≫ 등을 통해 연재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그를 한국 문단의 중심 인물로 끌어올렸습니다.
조세희는 문학을 통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조세희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이면, 즉 빈곤, 철거, 노동 착취, 교육 불평등 등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화려한 수사나 문학적 기교보다는, 사회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독자의 감정을 자극했고, 이는 당시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세희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거의 새로운 장편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문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시대를 관찰하며 글쓰기의 본질을 고민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다면 침묵하는 것도 작가의 몫”이라고 말할 만큼, 글쓰기의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조세희는 소설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문학이 단지 개인의 감정을 토로하는 장르가 아니라, 사회를 향해 질문하고 행동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자세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지금도 ‘참여 문학’의 본보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조세희는 2022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반추하게 만드는 문학적 거울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조세희는 우리에게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작가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인물입니다. 그의 삶과 작품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문학과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