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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대표작, 흐름, 안무가 살펴보기

by beato1000 2025. 5. 7.

현대무용 사진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는 입문자에게 ‘벨기에’는 단순히 유럽의 작은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현대무용계를 이끄는 실험적 예술의 성지로 여겨진다. 이 글에서는 벨기에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입문용 작품, 역사적 흐름, 반드시 알아야 할 안무가 3인을 중심으로 현대무용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한다.


벨기에 대표작 3선

벨기에 현대무용의 대표작들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관객에게 깊은 사유와 감각의 확장을 요구한다. 입문자라면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이때 반드시 추천되는 세 작품이 있다. 바로 안느 테레사 드 케르스마커

(Anne Teresa De Keersmaeker)의 《Rosas danst Rosas》, 얀 파브르(Jan Fabre)의 《Quando l’uomo principale è una donna》,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의 《Sutra》이다.

《Rosas danst Rosas》(1983)는 여성 무용수 네 명이 책상과 의자를 활용해 반복적이고 절제된 움직임을 통해 단조롭지만 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작품이다. 음악과 움직임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지루함의 미학’ 혹은 ‘지속을 통한 감정의 해방’을 전달한다. 이 작품은 유튜브, 뮤직비디오(비욘세가 오마주한 사례로 유명), 교육 영상 등으로도 접할 수 있어 입문자들이 현대무용의 구조와 논리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얀 파브르의 《Quando l’uomo principale è una donna》는 연극, 미술, 퍼포먼스를 결합한 복합장르의 대표 사례다. 그는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 신체의 힘과 한계를 무대 위에 극도로 노출시키며, 시청각적 충격을 통해 관객의 감정 반응을 극대화한다. 이 작품은 감상자에게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무용이 예술의 경계에서 어떻게 ‘질문’을 던지는지를 체험하게 한다. 얀 파브르의 무용은 전통적인 ‘동작 중심’이 아닌, 상징과 은유의 연출을 통해 감정과 의식 깊은 층을 자극한다.

셰르카위의 《Sutra》(2008)는 영국의 무대 디자이너 안토니 곰리와 중국 샤올린 수도승들과 협업한 독특한 무대이다. 목재 상자 21개를 활용한 동선은 무용수들의 철학적 움직임을 시각화하며, 전통 무술과 현대무용의 융합을 통해 ‘정적이면서도 강한 신체 언어’를 만들어낸다. 입문자에게 가장 추천되는 이유는 동양적 정서와 서양적 무대구성의 조화 덕분에 ‘낯설지만 아름다운’ 체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흐름: 벨기에 현대무용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

벨기에 현대무용의 형성 배경은 단순한 무용사적 흐름이 아니라 정치, 문화, 사회 구조의 변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1970~80년대는 벨기에가 내적 정치적 분열을 겪으며 플랑드르 지역 중심으로 문화 예산이 확대되고, 젊은 예술가들이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시기다.

이 시기 안느 테레사 드 케르스마커, 얀 파브르, 베르나르트 브루겐(Needcompany), 비지 쿠이욜 등이 등단하며 벨기에 현대무용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그들은 기존 발레나 고전무용의 구조적 제약을 벗어나, 음악적 구조, 시각 예술, 공간 활용, 몸의 내면 표현에 집중했다. 특히 안느 테레사는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 음악을 무용에 적용하며 ‘리듬과 시간’을 무용의 주제로 끌어들였고, 얀 파브르는 시각예술가답게 세트 디자인, 조명, 의상, 퍼포먼스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90년대 이후 벨기에는 무용교육 기관 P.A.R.T.S, Les Brigittines, Charleroi danse 등 전문화된 플랫폼이 생겨났고, 유럽의 젊은 안무가들이 브뤼셀과 앤트워프를 무대 삼아 실험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이는 ‘무용 레지던시 시스템’의 성공 모델로 불리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벨기에는 ‘형식 없는 창작’, ‘다문화 예술’, ‘기술과 몸의 융합’ 등을 통해 현대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철학과 구조에 집중했다면, 현재는 인터랙티브 기술, 무대 프로젝션, 음향예술 등 다양한 미디어와 결합하여 ‘관객이 함께 움직이는 공연’을 추구하고 있다.


안무가: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3인의 작가

벨기에 현대무용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3인의 안무가가 있다. 그들의 예술은 각기 다른 철학을 기반으로 하며, 입문자에게도 무용이 얼마나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 가능한 예술인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소개할 안무가는 안느 테레사 드 케르스마커 (Anne Teresa De Keersmaeker)이다. 1960년생인 그녀는 벨기에 현대무용의 상징이자, 여성 안무가로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친 작가다. 그녀의 대표작 《Fase》는 움직임과 음악을 수학적 구조로 정렬해 ‘무용은 하나의 언어’ 임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에는 흔히 자연의 리듬, 반복, 여성성, 시간성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녀가 설립한 Rosas 컴퍼니와 교육기관 P.A.R.T.S는 전 세계 무용가들의 ‘성지’로 통한다.

두 번째로는 얀 파브르 (Jan Fabre)가 있다. 1958년생으로, 연극, 조각, 무용, 설치미술, 문학까지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예술가이다. 그는 ‘몸의 정치학’을 무대 위에 올리는 작업으로 유명하며, 종종 6시간 이상 이어지는 장시간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의 감각을 시험한다. 그에게 무용수란 ‘몸을 드러내는 철학자’이며, 그 움직임은 언어보다 더 진실하다. 얀 파브르의 작품은 감정과 본능의 언어를 해체하며, 인간 존재에 대한 극단적 질문을 던진다.

세 번째 안무가는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 (Sidi Larbi Cherkaoui), 1976년생인 그는 벨기에계 모로코인으로, 다문화성과 철학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무용언어를 창조했다. 《Zero Degrees》, 《Play》, 《Faun》 등에서 그는 고전과 전통, 현대적 감성을 절묘하게 융합하며 ‘몸으로 사유하는 안무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Sutra》는 동양의 명상과 서양의 구조주의적 무용이 만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현재도 세계 각국 무용단과 협업하며 무용의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다.

벨기에 현대무용은 단순히 동작을 감상하는 예술이 아니라, 하나의 ‘생각하는 움직임’이다. 그 속에는 인간, 사회, 역사, 정체성, 감각의 모든 층위가 담겨 있다. 입문자에게 벨기에 현대무용은 도전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감동도 크다. 위에서 소개한 대표작과 안무가, 흐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현대무용의 첫 문을 벨기에에서 열어보자. 낯선 예술이 당신의 일상적 감각을 새롭게 일깨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