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 전개 과정을 기록한 논픽션 작품
러시아 10월 혁명은 세계사의 방향을 전환한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비록 사회주의 대한 소련의 정치 실험이 참혹한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왜 1917년 당시 10월 혁명이 일어났는지의 의미는 제대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당시 러시아 국민들은 10월 혁명을 지지했는지, 왜 차르 체제를 무너트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혁명에 동참했는지를 제대로 분석해야, 러시아 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사건에서 교훈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역사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E. H. 카가 집필한 <볼셰비키 혁명사>도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가들이 계속 연구를 했다는 것은 이 사건의 중요함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혁명 당시 러시아의 생생함을 읽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사료를 기반으로 쓴 역사서와 달리 저널리즘 문학이라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세계를 뒤흔든 열흘 (Ten Days That Shook the World)>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John Reed)가 1919년에 발표한 르포르타주 형식의 역사 기록물로, 1917년 러시아에서 벌어진 10월 혁명의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기술이 아닌, 혁명의 중심부에서 직접 목격한 사실과 그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어우러진 기록으로, 20세기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책은 러시아 제국이 몰락하고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하는 극적인 열흘간의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존 리드는 1917년 10월, 당시 러시아 페트로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물며, 혁명의 전 과정을 직접 취재합니다. 그는 볼셰비키 당원들과 병사들, 노동자, 시민, 심지어 혁명에 반대하는 인물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수집하여, 당시의 혼란과 열기, 그리고 급변하는 정치적 분위기를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책의 전개는 러시아 혁명의 기초 배경 설명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임시정부가 기존의 차르 체제를 붕괴시키고 들어선 후에도 민중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계속 고조됩니다. 볼셰비키는 이러한 민심을 기반으로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를 내걸며 점차 힘을 키워 나갑니다. 리드는 혁명의 물결이 거세지는 페트로그라드의 분위기를 세밀히 묘사하며, 무장봉기, 겨울궁전 습격, 소비에트 회의 장면 등 역사적 결정적 순간들을 독자의 눈앞에 생생히 재현합니다.
리드는 이 책에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혁명에 감정적으로 깊이 이입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는 볼셰비키의 행동과 이념에 공감하며, 혁명이 단순한 권력 쟁탈전이 아니라 억압받던 민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책의 모든 서술은 현장의 긴장감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상태로 전달되며, 독자 역시 그 공간 안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세계를 뒤흔든 열흘>이 단순히 러시아 정치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리드는 당시 국제 정세,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 서구 언론의 반응 등도 함께 서술하며, 혁명이 어떻게 세계적 충격으로 확산되는지를 함께 조망합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시선은 이 책이 단순한 국내 사건 기록이 아닌,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저술로 거듭나게 만듭니다.
결국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단순한 '열흘'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세기 억압과 갈등이 축적된 끝에 폭발한 하나의 사회적 전환점이며, 리드는 이를 ‘현장의 언어’로 기록함으로써 역사 기록의 생생한 형태를 만들어 냅니다.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자가 직접 써 내려간 생생한 기록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강렬한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사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문체와 구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저널리즘과 논픽션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자가 직접 써 내려간 기록’이라는 점은 그 어떤 역사서보다 강력한 현장감을 부여하며 독자의 몰입을 이끕니다.
이 작품이 높게 평가받는 첫 번째 이유는 ‘현장성’입니다. 존 리드는 혁명 당시 페트로그라드에 있었고, 그곳에서 벌어진 각종 회의, 시위, 군중의 움직임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모은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의 목소리를 포착했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심리적·사회적 격동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르포 문학의 정수라 불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이 작품은 특정 이념적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체로 시대의 진실을 담은 ‘가치 있는 편향’을 보여줍니다. 리드는 볼셰비키를 옹호하며, 그들의 이념과 활동을 긍정적으로 조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맹목적인 찬양이 아니라, 그들의 명분과 민중의 반응, 그리고 기존 체제의 한계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일종의 ‘참여적 기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선전물’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동시에 그 진정성과 열정이 독자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리드는 단순한 보도 문체가 아닌, 문학적 수사와 드라마적 긴장 구성을 적극 활용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예를 들어, 겨울궁전의 점령 장면은 전투보다는 상징적인 해방의 이미지로 그려지며, 각 인물의 심리와 분위기를 묘사하는 대목은 소설을 방불케 합니다. 이 덕분에 이 책은 ‘읽히는 역사’로서 일반 독자와 학자 모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넷째로, 이 작품은 정치적 함의를 지닌 고전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되고 교육 자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레닌은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소련 내 출판을 권장했고, 이후 공산주의 진영에서는 이 책을 중요한 혁명 기록물로 간주했습니다. 그러나 냉전 시대 이후에는 다양한 시각에서 재조명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저널리즘의 본질, 사실과 해석의 경계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뒤흔든 열흘>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혁명’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권력의 이동, 민중의 힘, 체제의 붕괴와 재건 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이며, 이 책은 그 모든 문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현대 저널리즘 역사에서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 존 리드
존 리드(John Reed, 1887–1920)는 미국의 시인이자 언론인, 사회주의자이며, 현대 저널리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예일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저널리즘과 정치 활동에 몸담으며 미국과 유럽, 남미, 러시아 등지에서 활약하였고, 특히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한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통해 이름을 남겼습니다.
리드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으며, 젊은 시절에는 시인과 문학청년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세계의 부조리와 자본주의 체제의 불평등에 눈뜨게 되면서 언론 활동과 좌파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더 매시스(The Masses)』라는 진보적 잡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 잡지는 노동운동, 반전주의, 여성 참정권 운동 등 당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진보 매체였으며, 리드는 이곳에서 보도와 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글을 다수 발표합니다.
그의 정치적 활동은 미국 내 급진주의와 사회주의 운동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으며, 이는 그가 러시아 10월 혁명을 취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리드는 혁명 직후 볼셰비키의 급부상에 주목했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혁명에 공감하며,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고발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써나갔습니다.
특히 <세계를 뒤흔든 열흘>의 성공 이후, 리드는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었고, 혁명 후에는 소비에트 정부로부터 신임을 받아 국제 공산주의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는 미국 공산당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으며, 자본주의 모국에서 사회주의를 주장한 드문 지식인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정부의 탄압과 정치적 박해를 피해 다시 소련으로 넘어갔고, 결국 1920년 티푸스로 사망하게 됩니다. 향년 33세였습니다.
리드는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모스크바 크렘린 성벽에 매장된 인물로, 이는 그의 혁명에 대한 헌신과 상징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가 남긴 문학과 기록, 그리고 ‘현장에서 진실을 기록하겠다’는 저널리즘 정신은 지금까지도 언론과 역사 기록 분야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리드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기자라기보다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참여 언론인’이었습니다. 그는 역사의 흐름을 뒤에서 관찰하지 않고, 그 안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가 <세계를 뒤흔든 열흘>에서 보여준 집념과 열정은 지금도 언론인의 이상으로 남아 있으며, 그 정신은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습니다.